못 건설문학대상 못 / 박용운 길에 버려진 못하나 무심코 걷어찬다 발길질에 도르르 굴러가는 못을 보며 문득, 누군가의 무릎을 걷어찬 느낌 어디에서 빠져나와 길에 버려졌을까 찌그러지고 허리마저 굽었다 무언가를 물고 버티었을 시간이 온몸에 흔적으로 남았다 호된 망치에 맞으며 모..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6.22
식탁 기울어지지 않도록 우리는 둘러앉는다 그는 하루의 안부를 묻거나 나는 시시콜콜한 말을 밥그릇에 퍼 담는다 헐거워진 다리들이 식탁을 들어 올린다 어느 날 식탁 유리가 깨졌다 나는 분명한 것을 원했고 그의 태도는 늘 희미했다 점점 둥글어지는 그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통통..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6.18
기형도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 기형도 - 가라, 어느덧 황혼이다 살아 있음도 살아 있지 않음도 이제는 용서할 때 구름이여, 지우다 만 어느 창백한 생애여 서럽지 않구나 어차피 우린 잠시 늦게 타다 푸시시 꺼질 몇 점 노을이었다 이제는 남은 햇빛 두어 폭마저 밤의 굵은 타래에 참혹히 감겨..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4.15
욕망이라는 이름의 기계 언 땅이 녹고 전잎 제치고 올라오는 황새냉이 어린싹 뿌리 식물은 주변을 넓게 돌려 판다 중심 뿌리도 없이 물길을 감지하며 뻗어 나간 뿌리줄기들 땅속에 넓은 지도를 그려 놓았다 분열증적 에너지로 모든 경계와 구분을 전복시키며 無 혹은 多 방향으로 새로운 세계를 이룩하고 있다 ..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3.20
고독에 대한 해석 고독에 대한 해석 김소연 구석기 시대 활을 처음 발명한 자는 한밤중 고양이가 등을 곧추세우는 걸 유심히 보아 두었을지 모른다 저 미지를 향해 척추에 꽂아 둔 공포를 힘껏 쏘아올리는 직선의 힘을 가진 적이 많아서 잃어버린 것 투성이인 울음이 가진 적이 없어서 잃어 버린 것 투성이..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2.28
[스크랩] 채근담 19장 - 시간(時間)은 생각에, 공간(空間)은 마음에 달려 있다 채근담(菜根譚)-후집 19장 -[시간(時間)은 생각에, 공간(空間)은 마음에 달려 있다] 延促由於一念 寬窄係之寸心 연촉유어일념 관착계지촌심 故機閒者 一日遙於千古 意廣者 斗室寬若兩間 고기한자 일일요어천고 의광자 두실관약양간 느리고 빠른 것은 한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고, ..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2.26
[스크랩] 붉은 동백 - 문태준 신라의 여승 설요는 꽃 피어 봄마음 이리 설레 환속했다는데 나도 봄날에는 작은 절 풍경에 갇혀 우는 눈먼 물고기 이고 싶더라 쩌렁쩌렁 해빙하는 저수지처럼 그렇게 큰 소리는 아니어도 봄밤에는 숨죽이듯 갇혀 울고 싶더라 먼발치서 한 사람을 공양하는 무정한 불목하니로 살아도 봄..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2.26
[스크랩] 문득, /허수경 제9회 대한민국 10만 가지 보물이야기 사진공모전 일반 부문 입선 수상작 전희철 (겨울새) 문득, /허수경 새싹은 어린 새의 부리처럼 보였다 지난 초봄이었다. 그리고 겨울은 왔다 억겁 동안 새들과 여행하면서 씨앗은 새똥을 닮아갔다 새똥도 씨앗을 닮아갔다 붉어져 술을 머금은 겨울 열..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2.26
[스크랩] 무심코 / 복효근 * 무심코 / 복효근 서먹하니 마주한 식탁 명이나물 한 잎 젓가락으로 집어 드는데 끝이 붙어 있어 또 한 잎이 따라온다 아내의 젓가락이 다가와 떼어준다 저도 무심코 그리했겠지 싸운 것도 잊고 나도 무심코 훈훈해져서 밥 먹고 영화나 한 편 볼까 말할 뻔했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 콩..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2.26
[스크랩] 가난한 이름에게 /김남조 가난한 이름에게 ...김남조 이 넓은 세상에서 한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까 검은 벽의 검은 꽃 그림자 같은 어두운 향료 고독 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