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고독에 대한 해석

tlsdkssk 2019. 2. 28. 07:11

         

                        고독에 대한 해석

                                                                      김소연

 

구석기 시대 활을 처음 발명한 자는

한밤중 고양이가 등을 곧추세우는 걸

유심히 보아 두었을지 모른다

 

저 미지를 향해

척추에 꽂아 둔 공포를 힘껏 쏘아올리는

직선의 힘을

 

가진 적이 많아서

잃어버린 것 투성이인 울음이

가진 적이 없어서

잃어 버린 것 투성이인 것만 같은 울음에게

활을 겨누던 시간들이

흐른 후

 

19세기 베를린에 살던

부슈만씨도

한참이나 관찰했으리라

 

기지개를  쫘악 펴고 일어난 길고양이는

일평생 척추에 심어둔 상처로 성대가 트인다는 것을

버림 받은 이가 버림 받은 이에게

마음 여린 이가 마음 여린 이에게 내밀었던

덥석덥석 잡았던 손목들이

싹둑 싹둑 잘려 나갈 때

 

세상 만물이 궁수처럼 흔들림이 없고

사방 천지가 온통 과녁 뿐이란 사실이

단지 참혹했을 때

 

그는 집에 돌아와

울음이 그칠 때까지 주름 상자를 접고 접어

오로지 탄식 만으로 발성하는

아코디언을 발명하게 되었으리라

 

- 시집 <눈물이라는 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