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다시 봄이 돌아오니 - 문태준 다시 봄이 돌아오니 - 문태준 누군가 언덕에 올라 트럼펫을 길게 부네 사잇길은 달고 나른한 낮잠의 한군데로 들어갔다 나오네 멀리서 종소리가 바람에 실려오네 산속에서 신록이 수줍어하며 웃는 소리를 듣네 봄이 돌아오니 어디에고 산맥이 일어서네 흰 배의 제비는 처마에 날아들고 ..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2.25
[스크랩] 엄마걱정 / 기형도 엄마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2.17
[스크랩] 마치 꿈꾸는 세계처럼 / 허수경 마치 꿈꾸는 것처럼 / 허수경 너의 마음 곁에 나의 마음이 눕는다 만일 병가를 낼 수 있다면 인생이 아무려나 병가를 낼 수 있으려고……, 그러나 바퀴마저 그러나 너에게 나를 그러나 어리숙함이여 햇살은 술이었는가 대마잎을 말아 피던 기억이 왠지 봄햇살 속엔 있어 내 마음 곁에 누..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2.17
[스크랩]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 프랑시스 잠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프랑시스 잠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나무 병에 우유를 담는 일, 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삭들을 따는 일, 암소들을 신선한 오리나무들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 숲의 자작나무들을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2.15
[스크랩] 문득, /허수경 제9회 대한민국 10만 가지 보물이야기 사진공모전 일반 부문 입선 수상작 전희철 (겨울새) 문득, /허수경 새싹은 어린 새의 부리처럼 보였다 지난 초봄이었다. 그리고 겨울은 왔다 억겁 동안 새들과 여행하면서 씨앗은 새똥을 닮아갔다 새똥도 씨앗을 닮아갔다 붉어져 술을 머금은 겨울 열..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2.13
[스크랩] `이미` 라는 말 2 / 김승희 '이미' 라는 말 2 이미라는 말 하나의 세계에 고요히 문을 닫는 말 이미라는 말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말, 미래가 미래를 완료하는 말, 누구도 누구를 구원할 수 없는 시간의 말, 문상객도 없이 병풍만 쳐놓은 그런 말, 박제가 박제를 완료하는 말, 이미라는 말에는 핏기 잃은 지상의 마지..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2.13
[스크랩] 독일 어느 노인의 시 독일 어느 노인의 시 이세상에서 최상의 일은 무엇일까? 기쁜 마음으로 나이를 먹고 일하고 싶지만 쉬고 말하고 싶지만 침묵하고 실망스러울 때 희망을 지니며 공손히 마음 편히 내 십자가를 지자 젊은이가 힘차게 하느님의 길을 가는것을 보아도 시기하지 않고 남을 위하여 일하기보다 ..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2.13
[스크랩] 설탕길/허수경 노상(路商) - 박수근 설탕길/허수경 늙은 아내를 치매 요양원으로 보내고 발자국을 깊이 묻으며 노인은 노상에서 울고 있다 발자국에 오목하게 고인 것은 여름을 먹어치우고 잠이 든 초록 가지 못하는 길은 사레가 들려 노인의 목덜미를 잡고 있다 내가 너를 밀어내었느냐, 아니면 네가 ..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2.12
[스크랩]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 문태준 오늘은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길을 가다 우연히 갈대숲 사이 개개비의 둥지를 보았네 그대여, 나의 못다 한 말은 이 외곽의 둥지처럼 천둥과 바람과 눈보라를 홀로 맞고 있으리 둥지에는 두어 개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새알이 있으리 나의 가슴을 열어젖히면 당신에게 미루어..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2.12
[스크랩] 닿고 싶은 곳 / 최문자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 그 쪽으로 죽음의 방향을 정하고야 꽉 움켜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지상으로 내려온다. 죽을 줄 아는 새들은 땅으로 내려온다. 새처럼 죽기 위하여 내려온다. 허공에 떴던 삶을 다 데리고 내려온다. .. 詩가 흐르는 상자 2019.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