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108배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간단한 기도를 끝낸 후 촛불을 밝히고 불교식 절을 하기 시작했다. 절을 바치는 대상은 나의 신이니,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접목이라고나 할까. 이른바 퓨전이다. 두 손을 높이 들고 합장한 후 몸을 낮추어 이마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한다. 그 순간 절대자 앞에 나를 땅같이 낮춘다.. 내 마음 한자락 2007.01.04
아무 생각도 없다 어제 25km 가량 걸었더니 진이 다 빠진 모양이다. 속보로 8시간 30분을 걸었다. 남산을 돌고 또 돌고, 광화문 청계천에서 뚝섬까지 걸었다. 한 해를 마감하는 이 저녁에 아무 느낌도 생각도 없다. 그래 다 증발되거라. 다 날라가거라. 그리하여 내일은 신천지처럼 새해를 맞자. 내 마음 한자락 2006.12.31
마침표 찍기 06년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님들 한해 마무리 잘 하고 계신가요? 나의 한해는 별로 한 일 없이 참으로 지리멸렬하게 흘러갔습니다. 물론 기쁘고 상기된 순간도 더러 있긴 하였지만 한 해를 마감하며 수지타산(?)을 맞춰 보니 별로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대로 한해의 종지부를 찍는.. 내 마음 한자락 2006.12.29
성탄 전야에 흘린 눈물 자정이 넘은 시각, 집을 향해 홀로 밤길을 걸으며 흑흑 느껴 울었다. 아무리 멈추려해도 눈물이 멈춰지질 않았다. 멈추려 하면 오히려 '음~흠~ '하는 울음 솟구치는 소리가 더 크게 터져나오는 거였다. 나는 그냥 눈물을 방치한 채 밤길을 걸었다. * 어제 밤 별 마음 없이 성탄전야 미사에 갔다. 해마다 .. 내 마음 한자락 2006.12.25
수락산에서 만난 고냥이 산우와 둘이 수락산에 올랐다. 일전에 수북 내린 눈이 아직 하얗게 쌓여 있었지만, 바람이 없고 포근하여 봄날 같았다. 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으려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베이지색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사람에게 곁을 안주는 들고양이련만, 배가 고픈지 입맛을 다시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 내 마음 한자락 2006.12.20
촛불 한 자루가 B선생님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제자들에게 보내는 전체 회신이지만, 읽는 순간 뭉클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겉잡을 수 없는 눈물이 터지는 바람에 코밑이 얼얼하게 아주 한참을 격하게 울었다. 울고 나니 머리가 다 아팠다. 금년엔 여러가지 사정으로 도무지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생활문제, 이사, .. 내 마음 한자락 2006.12.18
아랑 졸띠 제주에 가신 장샘께서 글 한편을 보내오셨다. 이젠 제법 제주 사투리를 구사하시는지라 제주 방언을 섞어 글을 쓰셨는데, 그 글을 읽다보니 문득 언젠가 제주에서 먹었던 생선찌개 맛이 떠오른다. K 시인의 차를 타고 장샘과 나 세 사람이 함께 바닷가를 달리다가 들렀던 어느 음식점. 별로 밥 생각이 .. 내 마음 한자락 2006.12.17
세느강 보다 새벽에 창밖을 보니, 아, 눈이 내리고 있다. 나목 위를 하얗게 장식한 눈더미들, 보석을 매달은 듯 빛나는 가로등과 불빛들, 중랑천 모래톱에 쌓인 하얀 눈섬들.... 언젠가도 눈이 왔으나, 이렇게 쌓이지는 않았으니 내겐 오늘이 비로소 첫눈이다. 어제 아차산에서 산 아래로 보이는 한강을 바라보며 산.. 내 마음 한자락 2006.12.17
재밌고도 아리송해 메깨비 신부님의 이메일을 읽노라면 무슨 놀이를 하는 것 같다. 토막토막 이어지는 단어들과 이어지지 않는 문장으로 아기의 옹알이처럼 들리(?)기도 한다. 가령 어제 서울을 다녀가며 쓰셨다는 메일을 보면, ... <중략> 중천 애나 생각 많은 많은 예수님보다 많은 많은...이란 대목이 나오는데, 나.. 내 마음 한자락 2006.12.11
대림절엔 대림질을 건강 검진 받는 날이라 어제밤 부터 굶고 있는 중이다. 육신의 건강 검진이 필요하다면 영혼의 검진도 필요할 게 아닌가. X-MAS 트리를 장식하려다 그만 두었다. 성탄을 준비하며 내가 할 일은 눈에 보이는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지난 주 본당 신부님은, 대림절엔 대(다)림질 하자는 강론을 하셨다. 구겨.. 내 마음 한자락 2006.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