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따뜻한 슬픔 / 홍성란 따뜻한 슬픔 홍성란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차마, 사랑은 여윈 네 얼굴 바라보다 일어서는 것 묻고 싶은 맘 접어두는 것 말 못하고 돌아서는 것 하필, 동짓 밤 빈 가지 사이 어둠별에서 손톱달에서 가슴 저리게 너를 보는 것 문득, 삿갓등 아래 함박눈 오는 밤 창문 활짝 열고.. 詩가 흐르는 상자 2014.12.14
[스크랩] 꽃 / 문인수 꽃 문인수 말이 되지 않는다. 손아귀에 꽉 꽉 꽉 구겨 쥔 A4 용지를 냅다 방구석으로 던졌다. 어, 처박힌 종이 뭉치에서 웬 관절 펴는 소리가 난다. 뿌드드드 드드 부풀어오르다, 부풀어오르다, 이내 잠잠해 진다. 종이도 죽는구나 그러나 입 꽉 툴어 막힌 그 마음의 밑바닥에 얼마나 오래 .. 詩가 흐르는 상자 2014.12.14
[스크랩] 강-황인숙 . . 강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 詩가 흐르는 상자 2014.12.13
[스크랩] 하늘을 볼 때마다 / 천양희 하늘을 볼 때마다 / 천양희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은 늘 같은데 하늘을 볼 때마다 다르다 하겠는지요 서울살이 삼십년 동안 나는 늘 같은데 서울은 볼 때마다 다르다 하겠는지요 길에는 건널목이 있고 나무에는 마디가 있다지요? 산천어는 산록 맑은 계곡에 살고 눈먼 새는 죽을 때 한 번 눈뜨고 죽는다지요? 동박새는 동백꽃에서만 살고 주목나무는 고목이 되어도 썩지 않는다지요? 귀한 진주는 보잘것없는 조개에서 나오고 아름다운 구슬은 거친 옥돌에서 나온다지요?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고 모든 문제는 반드시 답이 있다지요? 사는 것이 왠지 슬픈 생각이 든다고 하겠지요? 슬픔을 가질 수 있어 내가 기쁘다고 하겠지요. The Future Is Beautiful / Daniel Kobialka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詩가 흐르는 상자 2014.11.26
[스크랩] 낙엽-가슴앓이 매같은 비가 나무를 후려쳐 色들을 놓아 버리면 미리로 앓는 겨울이 황량함으로 온다 눈을 닫아 지우면 없던 것이 되는가 담담히 시간에 매달려 지나는 사람들 틈에 품어서 거스르는 죄 멋대로 정지된 기억에는 꽃처럼 날리는 네가 이리도 환히 웃는가 살갗을 돋게 하는 바람 소름으로 .. 詩가 흐르는 상자 2014.11.12
[스크랩] 배경이 되다 ........ 천양희 배경이 되다 ........ 천양희 새벽이 언제 올지 몰라 모든 문 다 열어놓는다고 그가 말했을 때 꿈꿀 수 있다면 아직 살아 있는 것이라고 내가 말했다. 나에게만 중요한 게 무슨 의미냐고 내가 말했을 때 어둠을 물리치려고 애쓴다고 그가 말했다. 생각의 끝은 늘 단애라고 그가 말했을 때 꽃.. 詩가 흐르는 상자 2014.11.11
[스크랩] 등 /서안나 등 서안나 등이 가려울 때가 있다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 그곳은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 신은 내 몸에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을 만드셨다 삶은 종종 그런 것이다,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한다 나의 처음과 끝을 한눈으로 보지 못한다 앞모습만 볼 수 있는 .. 詩가 흐르는 상자 2014.11.03
[스크랩] 가을 오후 / 도종환 가을 오후 / 도종환 고개를 넘어오니 가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흙빛 산벚나무 이파리를 따서 골짜기를 던지며 서 있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느냐는 내 말에 가을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하고 입가로만 살짝 웃었다 웃는 낯빛이 쓸쓸하여 풍경은 안단테 안단테로 울고 .. 詩가 흐르는 상자 2014.11.03
[스크랩] 육십이 되면 / 김승희 육십이 되면 김승희 (1952~, 전남 광주 출생, 시인이자 소설가) 육십이 되면 나는 떠나리라 정든 땅 정든 집을 그대로 두고 장농과 식기와 냄비들을 그대로 두고 육십이 되면 나는 떠나리라 갠지스 강가로 딸아, 안녕히, 그동안 난 너를 예배처럼 섬겼으니, 남편이여, 그대도 안녕, 그동안 그.. 詩가 흐르는 상자 2014.10.29
[스크랩] 낙엽/구르몽 낙엽/구르몽 시몬, 나뭇 잎 저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외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은 아주 부드러운 빛깔 너무나도 나지막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낙엽은 너무나도 연약한 포착물들의 대지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 詩가 흐르는 상자 2014.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