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名 詩 (一)
‘知命’ 초입에 구매한 ‘옛 詩情을 더듬어’를 ‘耳順’ 중반이 된 지금에야 완독했다. 그 15년 동안 나름대로 바쁘게 살아왔기에, 이제는 책 읽는 즐거움을 누리며 살리라.
하여, 총 234편…신라 고려, 조선 전기, 조선 중기, 조선 후기, 여류의 총5장을 두 번씩, 서너 번씩 읽고 16편을 엄선하였다.(一)5편, (二)5편, (三)6편
1. 가을 밤 빗소리를 들으며
최치원 (신라 말의 학자 우리 한문학의 비조. 12세에 당나라에 가서 18세의 약관으로 그 곳 과거에 급제, 중국 문단에 문명을 떨쳤다. 28세에 귀국, 그 동안 품어오던 크나큰 포부를 펴보려고 관계에 투신하였으나, 때는 이미 鷄林黃葉의 국운이라, 난세를 비관 벼슬을 버리고, 각지를 유랑하다 가야산에 은둔하고 말았으니, 이 시는 그 실의에 찬 당시의 정황인 듯하다.
가을바람도
씁쓸히 읊조리나니
세상길에 참 벗 없음이여!
창밖엔
삼경의 비
등잔 앞엔
만리의 마음-.(등잔 앞 마음은 만리를 흐르네-.
秋風唯苦吟 世路少知音
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
<秋夜雨中>
2. 촛불 삼아 달 밝혀 놓고
최 충 (고려 초기의 학자. 문신)
촛불 삼아 한 마당
달 밝혀 놓고
찾아드는 청산들
둘러앉으면
솔바람 싱그러운
거문고 가락
소중히 즐길 뿐
전할 순 없네.
滿庭月色無烟燭 人坐光不速賓
更有松絃彈譜外 只甚珍重未傳人
<絶句>
3. 소 타고 가는 늙은이
곽 여 (고려 문인)
태평스런 얼굴
아무렇게나 소를 타고,
안개비에 반만 젖어
밭둑길을 지나간다.
알겠네. 그 사는 집
물 가까이 있으렷다.
그를 좆아 지는 해도
시내를 곁따라가네.
太平容貌恣騎友 半濕殘扉過壟頭
知有水邊家近在 從他落日傍溪流
4. 감로사에서
김부식 (고려 학자. 문신, 삼국사기 저자.)
속세 사람들
오지 않는 곳
올라 바라보니
정신이 맑다.
산은 가을되어
더 아름답고
강 빛은 밤에도
외려 밝은데,
흰 물새들 높이
다 날아가곤
외로 가는 돛배야
홀가분하이!
부끄럽다, 달팽이 뿔
좁은 세상에
공명 찾아 헤맨
지난 한 평생 -.
俗客不到處 登臨意思淸
山形秋更好 江色夜猶明
白鳥高飛盡 孤帆獨去輕
自慙蝸角上 半世覓功名
5. 인간의 한 생애란
최 유 정 (고려 문신, 학자)
인간의 한 생애란
그물그물 바람 앞 촛불인 것을
부귀를 탐하여 살아생전
어느 뉘 족한 줄을 알더뇨?
신선되기야 애당초 기약이 없고
세상 길 엎뒤치락 변덕뿐이니
어쩌랴 잔 들고 노래 부르며
멀거니 집마루나 바라보나니--
人間百世間 勿勿如風燭
且問富貴心 唯肯死前足
仙夫不可期 世道多飜覆
踰傾北海酒 浩歌仰看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