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 典 名 詩 (四)
1. 인간의 한 생애란
최유청 고려의 문신
인간의 한 생애란
그물그물 바람 앞 촛불인 것을
부귀를 탐하여 살아생전
어느 뉘 족한 줄을 알더뇨?
신선 되기야 애당초 기약이 없고
세상 길 엎뒤치락 변덕뿐이니
어쩌랴 잔 들고 노래 부르며
멀거니 집 마루나 바라보나니-
人生百世間 勿勿如風燭
且問富貴心 수(누구)肯死前足
仙夫不可期 世道多飜覆
요傾北海酒 浩歌仰看屋
2. 봄 비
정몽주 고려말 충신
봄비 소록소록 기척 없이 내리더니,
한밤중 처정처정 낙수소리 들려온다.
눈 녹아 시냇물 붇고 새싹 꽤나 돋으리-.
春雨細不滴 夜中微有聲
雪盡南溪漲 草芽多少生
3. 가을 한낮
서거정 조선 초기 (1420~1488)문신 학자
대숲 길에 이어진 초가 한 채
가을날의 고운 맑은 햇살
과일 익어 가지 척척 무겁고
듬성듬성 썰렁한 끝물 참외밭
낮 놀이 하는 꿀벌들 잉잉거리고
한가로운 오리 깃을 맞대고 존다.
흐뭇하여라. 심신의 고요함이여
느직이 쉬자던 소원 이뤄졌고녀!
茅齊連竹逕 秋日艶晴暉
果熟擎枝重 瓜寒着蔓稀
遊蜂飛不定 閒鴨睡相依
頗識身心靜 棲遲願不違
<秋日>
** 긴 세월 줄곧 관직에 몸을 담아오면서도, 자연에의 한 가닥 그리움은 어찌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이 시골집에서 느직한 평안을 얻었으니, 평소의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라, 흐뭇한 마음 그지없다.
4. 봄날의 애상 <償春>
성 현 조선 전기 학자 명신
복사꽃 오얏꽃
울긋불긋 일시에 피니
만호 성안이 취연(炊煙:밥 짓는 연기)에 잠긴 듯
가난한 줄 몰라라!
우습다. 내 몫으론 없는
봄빛을 누리다니
골고루 나눠 주어진
젊은이의 봄빛인 것을-
緋桃縞李一時新 萬室涵烟不覺貧
可笑春光非我有 等閒分屬少年人
5. 눈보라 치는 밤에
이 우 (李 偶) 조선 전기 문신 退溪의 숙부.
빈창에 눈보라 치고
촛불 그물거리는 밤,
달빛에 걸러진 솔 그림자
지붕머리에 어른댄다.
밤 깊어 알괘라! **알괘: 알만한 일
산바람 지나가는 줄.
담 너머 서걱거리는
으스스 댓잎 소리…
雪벽窓虛燭滅明 月篩松影動西榮
夜浸知得山風過 墻外蕭騷竹有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