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풍경

古典名詩(三)

tlsdkssk 2009. 3. 14. 23:18

古 典 名 詩 (三)

1) 보름달

송익필

못 둥글어 한이나

둥글긴 더뎌

어찌타 둥글자

이내 기우나?

 

서른 밤에 둥긂은

단 하룻밤

일생의 뜻한 일도

저러하려니―.

 

2) 갓 돌아온 제비

이 식

만사가 느긋하니

웃기는 일도 많다.

초당에 봄비 오기

사립문 닫았더니,

뜻밖에도 갓 돌아온

발 너머 제비 녀석

날 보고 ‘왜 닫았냐?’

따지고 드네 그려.

 

3) 산 길

강 백 년

십리에 인기척 없고

산은 비었는데 봄새가 운다.

 

중 만나 앞길을 물었건만

중 가고나니 길은 도로 헷갈려….

<평설> 어찌 산길뿐이랴? 인생길 또한 그러한 것을-.

앞 사람들 발자국이 거듭되어 난 길이건만, 길에는 으레 갈림길도 많아, 한번 엇길로 들기만 하면 갈수록 글러만 가는 산길, 인생길!

알 듯 말 듯 알쏭한, 누구에게나 첫 길인 낯선 인생길, 물어물어 가는 길이라지만, 물을 데도 만만찮고 물었는데도 되레 헷갈리는 길, 그 산길 인생길!

 

4) 사공의 한탄

丁 若 鏞 - 실학자. 茶山. 牧民心書 등 500여권

저서 남김. 稀世의 대 저작가. 천주교도 박해 때 유배되어 학문에 전념.

나는 본디 약 캐던

산중 늙은이

어찌다 강에 와서

사공이 됐네.

서풍 불어 서쪽 뱃길

끊어 놓기에

동으로 되가려다

동풍 만났네.

바람이야 일부러

나를 어기랴?

내 스스로 바람을

아니 따른 탓,

아아, 바람 그르니 내 옳으니

따져 뭘하나?

돌아가 산 속에서

약 캐기나 하려네.

 

5) 대관령을 넘으며

신사임당 - 율곡의 어머니. 현모양처의 귀감

백발 자모(慈母) 홀로 두고 가는 이 마음을,

대관령 굽이굽이 돌아뵈는 강릉 땅을,

저무는 산 푸름을 덮어 흰 구름이 가리네.

<평설> 늙은 어머니를 두고 떠나는, 출가한 딸의 정곡(情曲)이다.

남달리 도타운 효성이지만, 삼종지도(三從之道)야 어찌 어길 수 있으랴? 지아비가 있는 서울로 떠나가는 심정은 착잡하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이라, 가다간 고개 돌려 보고 또 보곤 하는 출발이기도 하지마는, 대관령 굽잇길, 여태도 어머님은 이 고갯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계시려니…

점차 고도가 높아지자 흰 구름이 덮어 내리어 안계(眼界)를 가로 막는다. ‘흰 구름’은 이 이별의 대단원의 막이다. 그것이 가리운 것은, 가까이는 ‘저무는 산의 푸름’이지마는, 멀리는 ‘바라보이는 강릉땅’이요, 아득하게는 ‘떠나가는 이별의 심정’이다. 이리하여, 산의 푸름도 강릉 땅도 이별의 심정도 다 함께 흰 구름 속, 아득히 저물어가는 긴 여운으로 잠겨간다.

 

 

.

 

 

'사랑방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수(分數)  (0) 2009.04.19
고전 명시 (四)  (0) 2009.04.15
고전 명시(1)  (0) 2009.03.06
고전 명시 (2)  (0) 2009.03.04
[스크랩] 사랑은 가슴이 아니라 머리에서 나온다  (0) 2009.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