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학교에서 돌아온 현*이가 현관에서
커다란 소리로 나를 부른다.
이제 오느냐 반겨주니, 그 애는 활짝 웃는다.
그러더니 이내,
"이모, 체육 선생님이 결혼한대요." 하며
시무룩해진다.
"아이구, 우리 현*이 어떡하니?"하자,
"그러게 말예요, 으으으~'하며
장난스레 거짓 울음소리를 낸다.
그러나 그건 아주 잠시였다.
현*이는 금세 눈시울이 빨개지더니
눈물을 주루룩 흘리고 말았으니까.
그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현*이를 품에 안아주었다.
"그럼, 결혼하셔야지 평생
노총각으로 늙으란 말야?"
하면서.
현*이는 눈물을 그치려 억지 웃음을 짓다가는
가슴이 북바치는지 2층 제 방으로 올라간다.
냉장고엔 현*이가 좋아하는 던킨도너츠가 있고,
식탁엔 갓 쪄 놓은 호박고구마가
먹음직스레 놓여 있건만,
오늘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울고 있는 것일까.
늘상 떠들썩한 그 애가 오늘은 조용하다.
현*이는 내가 일을 거의 끝냈을 즈음에야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이젠 좀 괜찮아?" 묻자, 씨익 웃으며
"네, 괜찮아요. 그래도 전 체육 선생님을
좋아할 거예요." 한다.
"그래, 좋은 건 좋은 거니까."
나도 현*이를 바라보며 씨익 웃어주었다.
당분간 현*이는 실연(?)의 아픔을 겪을 것이다.
이젠 체육 선생님이 볼을 살짝 꼬집어 줘도
전처럼 감미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선생님을 앗아간 연인을 상상하느라 끝도 없는
상상을 할는지도 모른다.
그리곤 어느 훗날, 그것이 한시절의 성장통이었음을
깨달으며 빙그레 웃음 지을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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