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 가려 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는데,
가로수(이름이 뭐더라? 낙우송?) 우듬지 잎새가
숭숭 빠져 있어 흡사 탈모된 머리를 보는 것 같았다.
머리칼이 한웅큼씩 빠지는 것처럼 가로수 잎새도
비에 젖어 뭉턱 뭉턱 떨어져내렸다.
나무도 아아, 하고 한숨을 내쉬며 서러웠을 것만 같았다.
실은 내 기분이 그렇게 투사된 거겠지만..
일주일 전부터 양 손목이 아프다.
몸안의 진액은 말라가는데, 손목 관절을 무리하게
사용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버스가 급 정거할 때도 손으로 중심 잡는 것이 힘들었다.
뭔가 하려하면 손목에 맥이 없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다행히 키보드 두드리는 건 아무 지장이 없다.
키보드 두드리는 것조차 힘들어지면 우울증이 생길 것 같다.
일터는 며칠 전 부터 수리중.
그러잖아도 분위기가 어수선 한데,
오늘은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고막이 터지는 줄 알았다.
아이들이 지하 홀에서 춤판을 벌렸다.
막내 미영인 한바탕 노래를 부르더니, 다시 음악에 맞춰
몸을 이리저리 꼬고 비틀며 춤을 춘다.
뒤이어 현*이가 합세하고, 순*는 조명 담당을 한다고,
은박지를 들이대어 불빛을 반사시켰다.
그 모습에 모두 배꼽을 잡으며 웃었다.
요즘 아이들은 놀기도 잘 논다.
나 어릴 적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다.
가을비로 쓸쓸했던 마음이 그나마 아이들 덕에
어물쩡 물러가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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