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신경포착증후군.
어렵기도 하지, 무슨 이름이 그리도 복잡하고
난해하담? 내가 갸우뚱하자,
영어로 적어준다. Carpal tunnel Syndrom..
터널이 뭐가 어쩌고 어쩐다구?
꼬부랑 말은 더더욱 난해할 밖에.
일주가 넘도록 양 손목이 아프길레
드녀 어제 병원엘 갔더니,
엑스레이 찍고나서 의사가 내린 진단이
'정중신경포착증후군'이란 거였다.
아픈 자는 바로 나고, 그간 내 사정을 아는 것도 나인지라
좀 아는 척을 했다.
"이게 아무래도 주부성 노동으로 인한 증세 같아요..."
의사는 '노가다성 증상은 아니다'고 잘라 말하더니
내 얼굴을 뚫어지라 보며 묻는다.
"집에서 무얼하고 지내세요?"
나는 컴과 가사라고 말하며, 특히 가사가 많음을 강조했다.
그는 하루 몇시간 컴을 하느냐고 묻는다.
많이 하는 날은 대여섯 시간 될 거라는 내 말에
의사는 단언하듯 말했다.
"글쎄, 제 말대로 이건 노가다 성이 아닙니다.
쉽게 말하자면 마우스 증후군이에요.
컴 하는 시간이 많으시군요. 나도 게임 열나게 하고 나면
그럴 때가 있는데..... 목이나 팔은 안아프세요?"
나는 전혀 아프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한번 못을 박았다.
"전 말예요, 타자 실력이 없어 키보드 빨리 못쳐요.
그래서 컴에 오래 앉아 있어도 손을 무리하지 않는다구요.
게다가 자주자주 쉬어주고, 자세도 얼마나 바로 앉는다구요.
제 생각엔 근래 손으로 무거운 거 많이 들고,
힘도 주고 해서 그런 거 같은데...."
그러자 의사가 자기 손을 내 놓더니,
검지 손가락 하나를 길게 펴보이며,
그걸 손으로 꼭 쥐어보란다. 말대로 하자,
이번엔 손가락 두개를 펴고는 쥐어보란다.
나는 의사 손가락두개를 힘차게 쥐었다.
그러자 다시 세개를 쥐어보란다.
나의 <외간남자 손가락 세게 쥐기> 절차는 성공리에 끝났다.
이어 의사는 내 손을 책상 위에 올려 놓으라더니,
손목언저리의 손바닥을 자기 엄지로 세게 누루기 시작했다.
가운데 지점을 누르자 몹시 아팠다.
"아야!" 하자, 의사는
날더러 자기 손의 그 지점을 두손으로 세게 눌러보란다.
나는 낑낑 힘을 주다가 픽~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놀이를 하는 것 같군.'
그는 덤덤히 있더니,
"전 하나도 안 아프거든요. 정중신경포착증후군이 있을 땐
그 지점을 누르면 아파요."
난 그제사 승복했다.
결론은 잘 낫지 않는 병이란다.
물리치료하고, 약 먹고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손목에 뭔가 해야한단다.
나도 드뎌 문화인의 병에 걸리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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