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를 부르다 곧잘 눈물을 흘리곤 한다.
나를 울게하는 성가는 부지기수지만
전에는 '엠마우스'라는 성가를 부르며(요즘 성가집엔 없다)
이상하리만큼 평온하고도 감미로운 슬픔을 느끼곤 했다.
'서산에 노을이 고우나,
누리는 어둠에 잠겼사오니,
우리와 함께, 주여 드시어,
이 밤을 쉬어 가시옵소서.
...........................................'
그 멜로디는 느리면서도 애조를 담고 있어,
서산으로 해가 기울고
땅거미 질 무렵 그 성가를 부르면
가슴에 일몰이 몰려오며
슬픔이 봉선화빛으로 물들어오곤 했다.
그러면서 찾아드는 카타르시스,
그 슬픔(?)이란 어떤 기쁨과도
바꾸기 싫은 역설적 감미를 안고 있었다..
지난주에 청년 미사에 가니,
청년 성가집으로 성가를 부른다.
게중에 이런 가사가 있었다.
'누군가 날 위하여 기도하네'
순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은 성가가 다 끝나도록 멈추지 않았다.
그 덕에 나는 가사를 하나도 외우지 못했다.
<성령께선 어떻게 기도해야 좋을 지 모르는
우리를 위해 탄식하며 기도하신다>
이 성구가 신약성서 어디에 나오는 말씀인지
이제는 다 잊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를 대신해 기도해 주는 존재가 있다는
믿음만은 쉽게 버리지 못한다.
나는 안다.
그건 신앙심이라기 보다 이기심에 가깝다는 것을.
하지만, 이런 비천한 나를 기억하며
지금도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주신다는 확신은
그나름대로 믿음이 아니겠는가.
그 때문이겠지만, 나는 도무지 기도를 하지 않는다.
단지,
하느님,
아버지,
성모님, 하고 혀 짧은 소리만 연거퍼 내 쏟을 뿐....
나는 성장이 멈춰진 것일까.
아니다, 단지 내 기도가 맘에 들지 않을 뿐이다.
하여 누군가 날 위하여 기도하는 그분께
나를 맡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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