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야생초를 왜 없애?

tlsdkssk 2005. 8. 24. 08:36

아침 산책길에 보니,

우장산 숲 언저리가 휑댕하니 비어 있다.

시커멓게 들어난 흙의 속살이 을씨년스럽고,

군데군데 이발해놓은 풀더미는

내 머리를 박박 깎아 놓기라도 한 듯

나를 철렁하게 한다.

대체 누가 이런 몰지각한 짓을 했단 말인가.

숲의 야생초를 왜 없앤단 말인가.

숲에 나무만 있어 어쩌란 말인가.

야생초로 하여 숲이 더푸르른 걸

왜 모르단 말인가.

 

그는 잡초라고 생각하며 그 작업을 했겠지만,

정작 필요한 건 공원 여기저기 널려 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다.

그는 아마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약간의 보수를 받고

일을 한 거겠지만, 그의 인간성과 심미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의 천박한 심미안이 야속하기만 했다.

인간성과 심미안은 학벌이나 학식과는 별개의 문제다.

하찮은(?) 노동을 했던 당신도 어쩌면 이 사회에서

잡초 취급을 받는 사람일런지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 보시라,

당신을 잡초라 여기며 뽑아내면 좋겠는지를.

 

당신이 무자비하게 뽑아낸 풀들 속에는 이름 모를

들꽃도 있었을 테고, 여름내 씨앗을 잉태한 수 많은

풀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많은 풀씨들은 참새들의

귀한 양식이 되는 걸 모르시는가.    

참으로 야속한 당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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