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이 고우면 날이 맑고,
아침 노을이 고우면 비가 온다는 옛말이 있다.
저녁 산책을 나가려 하니 창문으로 빗방울이 떨어진다.
어째 아침 노을이 그지 없이 곱더라니,
엣말 하나 그른 것 없다.
오늘 아침엔, 동창에 비친 붉으레한 빛에
불이 났는 줄 알고 깜짝 놀라 일어났다.
요 며칠 잠이 잘 와, 늦잠을 자던 참인데.
창이 온통 주황으로 물 들어 있지 않은가.
얼른 일어나 베란다로 나가보니,
하늘이 주황빛 장관이다.
드문드문 드리운 양떼 구름도 온통 주황을 머금어,
주황빛 양들이 떼지어 노니는 듯 했다.
하지만 노을은 길지 않았다.
시간이 지남과 함께 불꽃이 사위듯 노을빛도
잿빛으로 흐려졌다.
저녁 산보 대신
허브티 한잔 타 들고 베란다로 나가야겠다.
저 빗방울 바라보며 여름의 잔해나 씻어 볼까.
빗방울은 저무는 여름의 눈물이렸다.
그래, 모든 건 다 때가 있고,
결국 사라지기 마련이구나.
잘 가거라, 2005년 여름아.
'내 마음 한자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군가 날 위하여 (0) | 2005.08.25 |
---|---|
여름이 가는 소리 (0) | 2005.08.25 |
야생초를 왜 없애? (0) | 2005.08.24 |
아기 참새 (0) | 2005.08.23 |
닥터 지바고 중에서 (0) | 2005.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