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길에 보니,
우장산 숲 언저리가 휑댕하니 비어 있다.
시커멓게 들어난 흙의 속살이 을씨년스럽고,
군데군데 이발해놓은 풀더미는
내 머리를 박박 깎아 놓기라도 한 듯
나를 철렁하게 한다.
대체 누가 이런 몰지각한 짓을 했단 말인가.
숲의 야생초를 왜 없앤단 말인가.
숲에 나무만 있어 어쩌란 말인가.
야생초로 하여 숲이 더푸르른 걸
왜 모르단 말인가.
그는 잡초라고 생각하며 그 작업을 했겠지만,
정작 필요한 건 공원 여기저기 널려 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다.
그는 아마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약간의 보수를 받고
일을 한 거겠지만, 그의 인간성과 심미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의 천박한 심미안이 야속하기만 했다.
인간성과 심미안은 학벌이나 학식과는 별개의 문제다.
하찮은(?) 노동을 했던 당신도 어쩌면 이 사회에서
잡초 취급을 받는 사람일런지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 보시라,
당신을 잡초라 여기며 뽑아내면 좋겠는지를.
당신이 무자비하게 뽑아낸 풀들 속에는 이름 모를
들꽃도 있었을 테고, 여름내 씨앗을 잉태한 수 많은
풀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많은 풀씨들은 참새들의
귀한 양식이 되는 걸 모르시는가.
참으로 야속한 당신들.
'내 마음 한자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이 가는 소리 (0) | 2005.08.25 |
---|---|
아침 노을이 고우면 (0) | 2005.08.24 |
아기 참새 (0) | 2005.08.23 |
닥터 지바고 중에서 (0) | 2005.08.22 |
거미의 작품전 (0) | 2005.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