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산책길에, 길 중앙에 앉아 있는
아기 참새 한마리를 보았다.
참새란 사람에게 곁을 안 주기로 유명한 새인데,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록 녀석은
머리(대가리라고 하기엔 넘 앙증맞다)를 땅에 박은 채
꼼짝을 않는다.
그 모습은 마치 땅에 코를 박고 키스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잠시 졸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뭘 먹느라 그런가?' 싶었지만,
그 넘은 마냥 그러고만 있는게 아닌가.
죽었나 하고 그 넘을 손으로 가만히 쥐어 보았다.
조금만 세게 쥐어도 곧 바스러질 것같은 여린 생명감이
손안으로 느껴진다.
녀석은 죽은 듯 꼼짝을 않는데, 아직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 온다.
크기로 보아, 날기 시작한지 불과 며칠 안되는 넘인 것 같다.
녀석은 나르는 연습을 하다가 그만 지쳤는지 모른다.
참새의 소리가 들려 오는 것 같다.
"에고고, 나 죽겠네. 날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그렇다 해도 길 중앙에 그러고 있으면 어쩌란 말이냐.
사람 발에 밟혀죽기 십상이지.
내 눈이 좋아 그렇지, 앞만 보고 조깅하는 사람에게 걸렸다면,
넌 하루 아침에 오징어포가 되었을 게다.
넘은 어지간히 지쳤는지 내 손안에서도 한동안 꿈쩍을 않더니,
'집으로 데려가 며칠 만 키워볼까?'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내 맘을 읽기라도 한 듯, 바스락스락 거린다.
'날 놓아줘요.'
녀석은 지푸라기가 꼼지락 대는 것처럼 날개를 움찔한다.
나는 녀석을 풀이 우거진 산기슭에 놓아주었다.
그러자 살았다는 듯 날개를 푸득거리며 날 태세를 한다.
녀석은 내 손에 갇힌 순간 위기감을 느끼며
사력을 다해 기운을 차렸는지 모른다.
그래,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단다.
잘 살아라, 아기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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