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죽기 좋은 날.
모든 생명체가 나와 조화를 이루고
모든 소리가 내 안에서 합창을 하고
모든 아름다움이 내 눈 속에 녹아들고
모든 사악함이 내게서 멀어졌으니.
오늘은 죽기 좋은 날.
나를 둘러싼 저 평화로운 땅
마침내 순환을 마친 저 들판
웃음이 가득한 나의 집
그리고 내 곁에 둘러앉은 자식들.
그래, 오늘이 아니면 언제 떠나가겠나.
2.
내 안에 어린 소년이 있어
동쪽으로 여행을 떠났네.
그때 독수리가 나를 따라와
높고 넓게 보라고 가르쳐 주었어.
독수리는 멀리 날아가며 이렇게 말했어.
높이 날아야 할 때가 있는 거야.
그래야 너의 좁은 세상을 너무 소중히 여기지 않을 테니까.
네 시야를 하늘로 돌려야 할 때가 있는 거야.
내 안에 어린 소녀가 있어
서쪽으로 여행을 떠났네.
그때 곰이 나를 따라와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가르쳐 주었어.
곰은 떠억 버티고 서서 이렇게 말했어.
혼자 있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그래야 친구들의 겉치레에 홀리지 않을 테니까.
네 자신이 홀로 평화로워야 할 때가 있는 거야.
내 안에 늙은 남자가 있어
북쪽으로 여행을 떠났네.
그때 들소가 나를 따라와
지혜를 가르쳐 주었어.
들소는 사라지면서 이렇게 말했어.
아무것도 믿지 말아야 할 때가 있는 거야.
그래야 네가 엿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테니까.
침묵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내 안에 늙은 여자가 있어
남쪽으로 여행을 떠났네.
그때 들쥐가 나를 따라와
나의 한계를 가르쳐 주었어.
들쥐는 땅에 납작 엎드리면서 이렇게 말했어.
작은 것에 위안을 느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그래야 네가 한밤중에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테니까.
먹을 게 벌레뿐이라도 만족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그래, 이건 옛날부터 전해 온 삶의 방식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거야.
독수리와
곰과
들소와
쥐가
사방에서 다가와
내 인생의 원을 그리는 데
함께해 주었지.
나는 독수리야.
저 작은 세상은 나의 삶을 비웃지.
그러나 위대한 하늘만은 불멸을 꿈꾸는 나를
가슴에 품어 준다네.
나는 곰이야.
깊은 고독 속에서 바람을 닮아 가지.
난 입김으로 구름을 불어 모아
친구들의 초상을 만든다네.
나는 들소야.
내 목소리는 입 안에서 메아리치네.
난 삶에서 배운 모든 것을
내 불꽃의 연기와 나누어 가진다네.
나는 들쥐야.
내 삶은 내 코 바로 밑에 있지.
지평선을 향해 떠날 때마다
내가 발견하는 건 작은 구멍 하나.
-[오늘은 죽기 좋은 날]낸시 우드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