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흐르는 상자

바다까페

tlsdkssk 2019. 7. 5. 08:38

                 


                                                바다카페/최연수




삐걱거리는 불안이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요 해안 닮은 낯선 기억 한 쌍이 천천히 흘러와요
누군가 또 문밖으로 달려가나 봐요 낯익은 이별이 나를 몰래 빠져나가다 문틈에 끼어요
다소곳한 슬픔이 무릎에 올라앉아요 핸드백처럼 슬쩍 열어봐도 재빨리 닫아야 해요
자주 만져서 입구가 해졌어요 내 입안이 헐었어요 어디서부터 시선은 어긋났을까요
또 문득 추억을 켠 나는 다시는 스무 살 근처를 서성이지 않기로 했었죠 익숙한 하류로
흘러가도 녹슨 시간의 수문을 열지 않기로 했어요 묵은 통증을 쏟아버린 그때, 불면을
걷어 젖힌 피 흘리는 맨발이 미친 듯 달려갔죠 금 간 시간은 어느새 사라지고 한때
풍경에 홀려 같은 곳을 바라보았으나 추억 한 토막을 찻값에 끼워 파는 곳, 멀리
속내들이 불빛으로 흔들려요 어둑해진 하루분의 소요가 출처를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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