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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가라, 어느덧 황혼이다 살아 있음도 살아 있지 않음도 이제는 용서할 때 구름이여, 지우다 만 어느 창백한 생애여 서럽지 않구나 어차피 우린 잠시 늦게 타다 푸시시 꺼질 몇 점 노을이었다
이제는 남은 햇빛 두어 폭마저 밤의 굵은 타래에 참혹히 감겨들고 곧 어둠 뒤편에선 스산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우리는 그리고 차가운 풀섶 위에 맑은 눈물 몇 잎을 뿌리면서 낙하하리라
그래도 바람은 불고 어둠 속에서 밤이슬 몇 알을 낚고 있는 흰 꽃들의 흔들림! 가라, 구름이여, 살아있는 것들을 위해
이제는 어둠 속에서 빈 몸으로 일어서야 할 때 그 후에 별이 지고 세상에 새벽이 뜨면 아아,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우리는 서로 등을 떠밀며 피어오르는 맑은 안개더미 속에 있다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 기형도 -
이 땅의 날씨가 나빴고 나는 그 날씨를 견디지 못했다. 그 때도 거리는 있었고 자동차는 지나갔다. 가을에는 퇴근길에 커피도 마셨으며 눈이 오는 종로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시를 쓰지 못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은 형식을 찾지 못한 채 대부분 공중에 흩어졌다. 적어도 내게있어 글을 쓰지 못하는 무력감이 육체에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 때 알았다.. <기형도 산문집.. 짧은 여행에의 기록 중 >
기형도: 1989년 새벽 종로의 한 극장에서 숨진채발견되다. 나이는 만 29세 .. 독신. 사인은 뇌졸증. 시작메모로 채워진 푸른노트, 이국에서 온 몇통의 편지. 꼼꼼히 줄쳐 읽던 몇 권의 책과 소화제 알약이 든 가방을 가지고 있었다. <발췌: 기형도 연보>
우리들은 언제나 죽은예술가들을 열망한다. 전혜린도 그랬고 .. 장미가시에 찔려 죽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도 그러했으며. 가수 김광석도.. 김현식도 그렇다. 어떤사람은 메너리즘에도 슬럼프에도 빠질일이 없는 그들이 우리를 배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진정 그러한가 ? 바람처럼 빨리살고 .. 아직 젊을 때 죽어서.. 아름다운 .... 아름다운..시체를 남긴다라고 말한 사람도 보았지만.. 아름다운 절정의 시간.. 젊은날에 찬란한 기록들을 남기고 가는 것이 아닐까? 나는 기형도를 좋아한다. 그의 시보다는 그가 쓴 산문을 더 좋아했다. 그가 남들보다 좀 더 앞서 세상을 떠나갔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 서둘러 살고나서 급하게 떠났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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