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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33) 제비꽃의 ‘특별한 젤리’ 전략

tlsdkssk 2017. 1. 16. 17:44

 

 

자연에서 배운다 - (33) 제비꽃의 ‘특별한 젤리’ 전략
젤리로 개미 유혹 … ‘보상’ 통해 씨앗 퍼뜨려

 

 

 

1814년 5월 3일은 나폴레옹이 자신의 처지를 절실하게 깨달은 날이었다. 프랑스를 떠난 지 나흘 만에 자신이 얼마 전까지 호령하던 유럽 대륙에 비하면 손바닥만도 못한 엘바섬에 도착했던 것이다. 그는 이때 혼잣말을 했다.

“다음 번 노랑제비꽃이 필 때는 꼭 돌아가리라.”

 

실제로 그는 봄이 막 시작되는 다음 해 3월 1일 엘바섬을 탈출, 프랑스의 쥐앙만에 상륙했다. 그가 20일 만에 파리에 입성했을 때 그의 신분은 다시 황제였다. 그 유명한 워털루 전투에서 패해 그의 파리 입성은 백일천하로 끝나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나폴레옹은 왜 하필이면 그 많은 꽃 중에서도 “제비꽃이 필 때”라고 했을까? 그것은 제비꽃<사진>이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 봄과 함께 피는 데다 프랑스 방방곡곡에 살던 프랑스 국민들처럼 프랑스 전 산하 어디에서나 피어나는 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1년 안에 프랑스 국민에게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이미 마음에 새기고 있었던 것이다.

 

나폴레옹 덕분에 더 유명해진 이 제비꽃은 큰 꽃이 아니다. 크기가 10cm 정도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꽃이다. 하지만 예쁘다. 아니 예쁠 뿐만 아니라 깊고 그윽한 향기도 일품이다. 그리스신화에도 나오는 이 꽃은 제우스가 사랑했던 아름다운 소녀 이오의 눈을 그대로 닮았다고 하는데 생명력도 대단히 강해 전 세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전 세계 도처란 야생의 들판만이 아니다. 제비꽃은 마치 제비가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집 처마에 집을 짓듯 제비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흙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이면 도심의 콘크리트 사이사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도심이라면 꽃씨를 날리기도 쉽지 않아서 다른 꽃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삭막한 곳인데 어떻게 된 일일까?  

 

비결은 바로 다른 식물들과 완전히 차별화된 후계자 확산전략에 있다. 대개의 꽃들은 바람을 이용하거나 벌과 나비를 활용하지만, 제비꽃은 개미를 이용한다. 개미들이 좋아하는 ‘특별한 젤리’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씨앗을 넣어 두는 것이다. 그러면 개미들은 젤리를 통째로 개미굴로 가져간다. 덕분에 씨앗은 꽤 멀리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개미굴은 씨앗이 싹을 틔우기 힘든 깊은 땅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비꽃은 이런 것까지 이미 염두에 둔 모양이다. 개미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젤리인 ‘엘라이오솜’을 솜씨 좋게 떼어낸 다음, ‘남은 쓰레기’를 집 밖에 있는 ‘쓰레기장’에 버리는데 바로 이것이 제비꽃이 원하던 바다. 개미집은 반드시 흙이 있는 곳에 있고, ‘쓰레기장’에는 개미들이 먹다 남긴 식물 찌꺼기, 즉 먹고 자랄 영양분이 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로 가득 찬 도심에서 제비꽃을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렇게 개미의 행태를 ‘계산’한 덕분이다.

 

이렇듯 자연에는 공짜란 없다. 개미들이 제비꽃 씨앗을 퍼뜨려 주는 것은 순수하게 우러난 봉사정신에서 하는 게 아니다. 제비꽃이 개미들로 하여금 할 수밖에 없도록 ‘보상’을 해 준 까닭이다. 누군가에게 어떤 일을 시키는 것도 어쩌면 이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또한 보상이 있을 때 일을 훨씬 잘하기 때문이다. 보상 하면 돈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돈만이 보상의 전부는 아니다. 보상은 경력일 수도 있고, 자긍심일 수도 있다.

 

이제는 리더십도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해”라는 지시보다 “잘하면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다”라는 형태로 바뀌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덕분에 리더 역할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정말이지 어떤 ‘특별한 젤리’를 만들어 줘야 할까? 시도 때도 없이 이 고민을 안고 살아야 하는 리더들은 아마도 골치가 지끈지끈할 것이다.

 

서광원<생존경영연구소장>       

 

 

 

 

출처 : 화타 윤경재
글쓴이 : 화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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