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이 피었습니다.
측백나무를 타고 피었습니다.
나팔꽃이 피었습니다.
강아지풀을 타고 피었습니다.
나팔꽃이 피었습니다.
쑥을 타고 피었습니다.
나팔꽃이 피었습니다.
풀 밭 위에 피었습니다.
나팔꽃이 피었습니다.
돌무더기 위에 피었습니다.
나팔꽃은 높은 나무에도 피고
작은 풀줄기에도 피고
풀밭 위에도 피고
돌무더기에도 피어납니다..
칡넝쿨처럼 거세고 질기지 않아
풀들은 자기 영토를 나팔꽃에게 순하게 내어줍니다.
풀 밭에서 하늘처럼 파란 나팔꽃이 촘촘이 웃고 있습니다.
키가 멀쑥한 쑥줄기에도 진분홍 나팔꽃이 피었습니다.
쑥은 이제껏 이리 고운 꽃을 피워본 적이 없다며 좋아합니다
어른 키보다 더 큰 측백나무에도 나팔꽃이 만발합니다
보라, 파랑, 진분홍이 함께 피었습니다.
측백나무는 크리스마스 트리같은 제 모습에 흐믓합니다
돌무더기가 나팔꽃을 보며
돌에도 꽃이 피었다고 좋아라 합니다
나팔꽃은 더 많은 꽃을 피우기 위해
줄기를 이리저리 뻗어봅니다.
*
오늘 아침 중랑천을 거닐며 나팔꽃을 넘치도록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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