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만물의 영장의 회의

tlsdkssk 2016. 8. 30. 07:21

내가 식물이나 동물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건 꽤 오래 전부터의 일이다.

그들이 우리와 외양과 구조가 다를 뿐  나름의 의식이 있다고 본 까닭이다.

막연히 그렇게 생각해 왔던 게 속속들이 밝혀지는 학계의 연구로

이러한 신념을 나는 더욱 굳히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내 집에 무단침입한 벌레를 밖으로 내 쫓거나  죽이려 할 때도 나는 그들에게 한마디 말을 들려주곤 했다.

베란다 화분에 신고없이 자라나는 야생초들을 뽑아낼 때도 그러하였다.

내 집을 오래 비워 화초들이 축 늘어져 있을 땐 물을 주며 어서 기운차리라고 위로해주기도 했다.

다시 집을 비우게 될 때는 내가 올 때까지 잘 견뎌달라고 일러주기도 했다.

올 여름같은 더위엔 하루의 물 공급이 끊긴다는 게 화분 식물에겐 대단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무심한 이들은 이런 내 모습을 의아해 하거나 소녀취향 쯤으로 비하하려들지 모른다.

하지만 그네들은 좀더 공부를 해봐야 알리라.   

어제 중랑천 산보를 하는데 발밑에 나뭇잎  애벌레가 죽어 있었다. 그 벌레는 연두색 나뭇잎 무늬를 하고 있어

얼핏 보면 나뭇잎이 돌돌 말려 있는 걸로 보인다. 굵기가  내 새끼 손가락 정도이고 보면 애벌레 치곤 큰 편에 속한다.

전에도 봐왔던 벌레이지만 어제는 그 느낌이 각별했다.

뇌도 없는 것이 어떻게 자기 보호를 이토록 정교하게 해 온 것일까.

자연의 생물 중 함부로 여길 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엘리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할머니, 하느님은 안 보이는 데 어떻게 믿어요?"

내가 대답했다.

"우리 눈에 안 보이는 건 하느님뿐만이 아니야. 너, 우리 발 아래 기어다니는 개미가 우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개미는 우리가 있다는 걸 모를거야. 그렇다고 우리가 없는 건 아니잖아. 하느님과 사람의 차이는 우리와 개미와는 비교가 안돼...."

 

언젠가 엘리와 학원엘 가는데, 보도불럭 군데군데에 작은 모래 언덕이 쌓여 있었다. 가만 보니 개미들이 한 짓이었다.

땅 밑의 개미들은 자기 굴을 새로 파던지 보수하는 모양이었다. 개미의 크기는 서로 달랐다. 그 중 한 구멍에 참새 한 마리가 보였다.

가만 보니 참새는 개미가 굴 밖을 나올 때마다   부리로  개미를 콕콕 찝어먹고 있었다. 개미의 크기는 제법 커서 충분한 요기가 될 것 같았다.

나는 일정이 바빠 더 이상 관찰을 하지 못했지만, 그 날 참새는 충분한 육식으로 영양 보충을 했을 것이고, 개미 나라에선 긴급 회의가 열렸을 것 같았다.

일전에 <고래들의 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며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 새끼를 노리는 범고래의 위협에 어미 귀신 고래는 새끼를 자기 등에 태워 해수면 가까이 밀어올렸다. 고래는 숨을 내뿜고 들이켜야 호흡이 가능한 까닭이다. 새끼가 숨을 쉬는 동안 어미는 범고래와 맞싸우며 숨을 참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한편 아무 상관도 없는 귀신 고래 새끼(어미가 죽었는지 홀로 있는 귀신고래 새끼였다)가 범고래에게 위협을 당하는 걸 보고 근처의 흑등고래가 새끼 귀신 고래를 구출해주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흑등고래는 범고래에게 먹힘을 당할 뻔한 물범도 구출해 준적이 있다고 한다.

인간만이 과연 만물의 영장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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