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미친 날씨와 밥 먹은 흙

tlsdkssk 2016. 8. 22. 07:55

 

문우가 오던 날 보리밥을 해주려고 늘보리 한 공기를 물에 담갔다.

아무 반찬 필요 없이 열무김치에 고추장 넣어 썩썩 비벼 먹고 싶었다.

냉장고에 넣지 않아선가 밥을 하려 보니 쌀에서 쉰내가 났다.

이를 어쩌나, 죄스러워 어쩌나.

나는 차마  쓰레기통에 넣을 수 없어 

퉁퉁 불은 보리쌀을 화분 흙에게 주었다.

흙아, 이 보리쌀을 네가 먹고 기름진 흙으로 만들어 다오.

 

냉동실에 있던 얼린 밥을 꺼내 절반만 먹고 나머지를 다음 끼니때 먹으려 했더니

밥이 들큰하게 삭아 있었다.

이런 미친 날씨가 있나.

그 잠깐을 못 이겨 멀쩡한 밥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이를 어쩌나 죄스러워 어쩌나.

팔팔 끓여 먹어 볼까.

죽지는 않을 거야.

탈도 나지 않을 거야.

옛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살아왔지.

그러다가 그 밥마저 흙에게 먹여주었다.

흙아, 이 쌀밥을 먹고 기름진 흙으로 만들어다오.

우리 집 흙은 연 이틀 밥을 먹었다.

배가 통통하도록 과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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