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게으름은 게으름들이란 친구를 불러들인다

tlsdkssk 2016. 6. 28. 16:27

 

 

여름날, 집에 혼자 있으려니 어쩔 수 없이 게을러진다.

몸이 늘어지는 게 햇볕에 내놓은 엿가락 같다.

신체는 육화된 의식이라 했던가.

내 몸과 내 정신이 함께 늘어진다.

사흘 전 부터 친구에게 연락할 일이 있었으나  전화 거는 일 조차 귀찮았다.

게으름은 혼자 오지 아니하고 제 친구들을 몰고 왔다.

그 게으름들이 질펀하게 퍼질러져 내 곁에서 놀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먹할까봐 이따금 몸을 놀린다.

책장을 들추고 글을 끼적여 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내 게으름과 전투를 벌인다.

게으름은 좀체로 물러서질 않는다.

결국은 게으름과 격투를 벌리는 일조차 귀찮고 힘들어서 못해먹겠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미 나왔다.

그래, 이것들아, 나를 잡아 먹어라.

나는 순순히 백기를 들며 게으름의 아가리에 내 머리를 자진하여 집어 넣고 만다.

'내 마음 한자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덥다, 정말 덥다  (0) 2016.08.02
별을 보여드립니다  (0) 2016.07.21
밴댕이는 누구였을까  (0) 2016.06.21
나, 예술하고 있니?   (0) 2016.05.11
바람이 불었다  (0) 201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