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집에 혼자 있으려니 어쩔 수 없이 게을러진다.
몸이 늘어지는 게 햇볕에 내놓은 엿가락 같다.
신체는 육화된 의식이라 했던가.
내 몸과 내 정신이 함께 늘어진다.
사흘 전 부터 친구에게 연락할 일이 있었으나 전화 거는 일 조차 귀찮았다.
게으름은 혼자 오지 아니하고 제 친구들을 몰고 왔다.
그 게으름들이 질펀하게 퍼질러져 내 곁에서 놀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먹할까봐 이따금 몸을 놀린다.
책장을 들추고 글을 끼적여 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내 게으름과 전투를 벌인다.
게으름은 좀체로 물러서질 않는다.
결국은 게으름과 격투를 벌리는 일조차 귀찮고 힘들어서 못해먹겠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미 나왔다.
그래, 이것들아, 나를 잡아 먹어라.
나는 순순히 백기를 들며 게으름의 아가리에 내 머리를 자진하여 집어 넣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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