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친한 관계가 아닌 사무적 일로 오는 사람들)은
곧잘 이런 말을 하곤 한다.
"까페같아요."
"무슨 예술 하시나봐요."
"아티스트 같으세요"
그러니까 별 볼일 없는 서민 아파트인 우리 집에서 그들은 뭔가 색다른 분위기를 느꼈던 모양이다.
태생 곱슬머리로 늘 부스스한 머리를 어쩌지 못해 머리에 둘러 쓰는 터번이나 스카프도
내 집을 예술하는 사람의 집으로 보이게 하는 것에 일조를 하는 것 같다.
'예술'이란 단어가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가만 보니 나, 예술하는 사람 맞다.
이름 없고 가난한 예술가라고 해두자.
오늘 사전의료의향서 신청을 했다.
전화 받는 남성직원의 음성은 차분했고,
내가 신청한 것을 반가워 하는 반응이었다.
왜, 어떻게 신청을 하게 되었는지를 묻는 말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웰 다잉 문제를 30대적부터 생각해 왔는 걸요. "
물론 그 때는 그런 개념도 용어도 없었을 때다. 그럼에도 막연히 그런 죽음을 생각해 왔는데,
이젠 그것이 보다 구체적으로 현실화되고, 담당 기관이 생겼으니 얼마나 반가운 현상인가.
기왕이면 죽음조차도 예술적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독창적(?)이고, 아름답게 죽고 싶다.
유언장의 굵은 가지도 미리 작성해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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