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들이 조회한 흔적으로 다시금 지난 날의 내 글을 읽어볼 때가 있다.
오늘 아침에 보니 <밴댕이에 대한 명상>을 누군가가 읽은 자취가 보여 그 글을 읽어보았다.
한데 내가 이 글을 썼을 때 누구를 생각하며 썼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분명한 건 밴댕이로 인해 몹시도 속이 상해 이 글을 썼을 거라는 것. 그러면서 나는 밴댕이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마침내 명상으로 이어지면서 나를 다스렸을 거라는 것.
나는 누구에게 성격을 고치라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나도 내 성격을 못 고치는데 누가 누구를 탓한단 말인가.
밴댕이는 누구였을까.
흔히 밴댕이 소갈딱지라고 말을 한다.
밴댕이는 정말 소갈머리가 없다.
납작한 배를 가르면 빼어낼 배알이 없을 정도며
성질이 급하여 그물에 걸리는 순간 죽는 생선이다.
아무리 자라도 밴댕이는 밴댕이를 벗어나지 못한다.
내 주변에도 밴댕이가 한 마리 있어서 나는 가끔씩 그 밴댕이 때문에
속을 끓이며 산다.
밴댕이는 제 속이 편치 않으면 앞뒤를 가리지 못하고 그예 제 성질을 발산하고 만다.
언젠가 밴댕이에게 그 성격 좀 고치려 노력하며 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밴댕이는 싫다고, 그냥 이대로 살겠다고 대답했다.
내가 틀렸고 밴댕이 말이 맞았다.
밴댕이는 밴댕이일 뿐인데, 고등어가 되기를 바랐으니......
하지만 밴댕이는 젓갈을 담그기에 좋은 생선이며
회로 먹어도 맛있고 말려서 국물을 내면 구수한 맛을 낸다.
고등어가 아무리 크고 살이 많아도 고등어론 젓갈을 담그지 않으며
국물을 내는 데 쓰이지도 않는다.
바다엔 멸치도 살고 새우도 살고 해파리도 살고 밴댕이도 살고 고등어도 살고 고래도 산다.
그러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바다에서 밴댕이가 없기를 바라는 것도
그릇된 욕망이 아닐까.
고등어가 밴댕이보다 아무리 크다 하여도 고래 앞에 서면 내세울 게 없어진다.
그 때는 고등어가 밴댕이만도 못한 생선이 되어진다.
나는 다만 밴댕이가 자신이 고등어가 아닌 밴댕이임을 깨달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더 이상의 희극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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