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을 읽고 있는 중이다.
그 책의 명성은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른바 베스트셀러였다.
나는 남들을 우르르 따라하는 걸 그닥 즐기지 않기에 베스트 셀러를 서둘러 사보는 일은 극히 드물다.
베스트로 팔리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게 아닌 때문도 있지만 내겐 그런 반골적 기질이 남아 있다.
그 책을 읽으며 군데군데 감동을 느끼고 있지만, 특히 나비가 죽어가는 광경은 인상적이었다.
내가 가장 바라는 죽음의 모습을 미물(미안하다, 나비야)인 나비가 실행하고 있다니!
나비는 동물이라기엔 식물을 연상하게 하는 곤충이다.
아래의 대목을 읽으며 나는 잠시 숨을 멈추고 나비의 죽음을 지켜보았다.
얼마나 아름다운 죽음인가.
나비에게 배울 일이다.
고등학교 시절 부터 줄곧 나를 따라다니는 허상 하나가 있다.
나는 전생에 한 때 집씨였다는 것,
햇살이 하얗게 부서지는 벌판에서 혼자 죽었다는 것,
어쩌면 사춘기 소녀의 감상에서 비롯된 거였을지 모르나 줄곧 그 의식에 붙잡혀 있었다.
내게 방랑의 기질이 있는 것은 그 때문 이었을 거라고 해석하면서.
언제 찾아들 지 모르나 나도 태양의 마지막 온기를 느끼며 그 나비처럼 죽어가고 싶다.
박쥐나 드글거릴 것 같은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목숨 연명하며 죽어가고 싶지 않다.
그 해의 마지막 나비 한 마리가 골짜기로 날아왔다.
나비는 우리가 옥수수를 따낸 옥수숫대 위에 앉아 있었다. 그 놈은 날개를 폈다 접었다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놈은 먹이를 먹지도 않았고 먹이를 모을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나비는 죽어가고 있었다. 나비는 스스로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 놈이 보통 인간들보다 더 현명하다고 말씀하셨다. 나비는 다가오는 죽음을 놓고 안달하지 않았다.
나비는 자신이 할 바를 다 했으니 이제 죽는 것만이 자신의 유일한 목적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옥수숫대 위에 앉아 태양의 마지막 온기를 쬐면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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