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10월은 어디에

tlsdkssk 2015. 10. 18. 06:06

2015년의 10월은 없었다.

나의 10월은 증발되었다.

10월의 나는 내가 아니었다.

10월에 나는 글 한 줄 쓰지 못했고 책 한 권 읽지도 못했다.

매일 새벽 눈을 뜨면 올리던 기도도 드리지 못했다.

문학도 하느님도 잡히질 않았다.

 

10월은 벌써 중순이 지났고 보름 남짓 남아 있을 뿐이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인간이여, 인생이여....

 

돌아오는 월욜엔 문우들과 남이섬을 가기로 했다.

언제나 첫번째로 새 글을 써내렸던 나는 2014년도 글을 가지고 간다.

<5그리고 13>

아침에 그 글을 읽다보니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었다.

어제 저녁에도 그러하였다. 산빛깔 때문에 외로웠다. 누군가 대신해 줄수도 없는 존재 내 본연의 고독감 같은 것.

 

 

집에 혼자 머물 때면 이따금 뭔가가 서늘하고 허전하다. 특히나 여름 지나 가을로 접어들 무렵이면 그 증세가 살 속을 파고들며 제법 중증으로 변한다. 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는 산 빛깔 때문이다. 산들과 하늘이 제법 많이 보이는 우리 집 베란다에 서면 해저물녘 북한산의 실루엣이 그렇게도 쓸쓸하게 보일 수가 없는 것이다. 하늘의 색체와 문양이 매일, 그리고 시시각각 달라지듯 산의 빛깔도 그러한데, 가을이 열리는 무렵이면 노을의 잔영이 투명해지며 먹빛 산의 실루엣은 아주 처연하게 채색된다. 그건 한 마디로 거대한 고독의 빛깔, 그 거대한 고독이 그야말로 산처럼 우뚝 버티고 나를 응시하는 것이다. 나는 도리 없이 잠시 안절부절 못하고 만다. 그건 비단 곁에 아무도 없는 것에서 빚어진 쓸쓸함만은 아닌 정체 모를 감상 같다. 존재의 본원적인 고독감을 건드리는 듯한 그것은 청과 보라와 주황과 먹빛이 교합된 노을빛만큼이나 경계가 불분명하고 미묘한 감정이기에.  아마 남편과 함께였을 때도 나는 역시 그러했을 것이나 그 때는 저녁을 짓고 있었다든지 혹은 남편의 존재로 인해 고독에의 몰입이 덜 되었을 뿐이었으리라

  

10월이 가기 전에 새 글을 한 편 쓰고 싶다. 아니면 9월에 썼던 글을 완성도 있게 퇴고하고 싶다.

금년 초 나와의 약속이 아니었는가.

매달 새 글을 한편씩 쓴다.

하긴 뭐, 아직 10월이 다 지나간 것은 아니지.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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