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ㄸ 이야기

tlsdkssk 2015. 1. 20. 09:02

요즘 내 ㄸ을 보면 표창이라도 하고 싶다.

아니 실은 진즉에 표창장을 주어야 마땅했다.

내 주변엔 ㄸ을 이틀에 한번 본다든지, 심한 겨우엔 4~5일에 한번씩 보며 그때마다 약도 복용하며 애간장을 끓여야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 ㄸ는 매일 아침 눈뜨면 아침밥을 먹지 않아도  신호보내며 인사를 해오니 이렇게 기특할 수가. 남들은 ㄸ을 하루에 한 번이나 며칠에 한번씩 본다는 데 내 ㄸ는 어쩌자고 하루에 3~5차례나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늘 '설사ㄸ'을 싸는 게 아니냐고? 천만에, 만만에. 그는 마치 "이미 쓸모없어진 몸, 주인님 몸에 남아 무게를 느끼게 해드릴 이유가 하등 없으니 이만 물러갈까 하옵니다"라며 자진신고라도 하듯, 나머지 한덩이라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자기 존재를 스스로 알아서 퇴출시켜버리는 것 같다. 이쯤되면 그것만으로도 표창감이 아니겠는가.

한데 나는 손녀를 돌보며 한 때 위축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유치원 때까지만 해도 고것은 ㄸ을 누면 꼭 나를 불러 엉덩이를 들이밀곤 하였는데, 손녀의 ㄸ는 늘 내 ㄸ보다 굵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때론 그 조그만 것의 항문에서 빠져나왔으리라곤 도저히 믿어지지 않으리만큼 굵고 튼실하여 혹시 손녀의 항문에 피가 흐르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오죽하면 내가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아들에게 보냈을라고. 뿐만아니라 모양새나 색깔도 월등 보기좋고 훌륭하여 아, ㄸ의 굵기는 사람 몸의 크기와 비례하는 게 아니였구나 하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야만 했다.

이후 나는 아들 집에 머물적이면 늘 내 ㄸ와 손의 그것을 비교하며 열패감을 느끼곤 했다. 그래, 너는 떠오르는 태양이고, 나는 지는 태양임을 이 ㄸ들마저도 증명해주고 있구나, 하면서. 내 ㄸ들은 늘 질척하고 굵기도 가늘고 볼품이 없었던 것이다. 

 

한데, 근 보름째 내 ㄸ는 전과 다른 형태로 나를 아침마다 감탄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떡방아깐에서 빼올린 가래떡인 양 미끈한 형태를 하고 있는 것으로부터 순대 형이 있는가하면 때론 S자를 탑처럼 쌓아 올리기도 하고 또 때론 비엔나소시지처럼 대롱대롱거리며 다양한 비주얼을 연출하는데, 한결같이 알맞은 점도와 빛깔을 자랑하며 나를 감동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ㄸ들은 십중팔구 볼 일이 끝난 후에도 아주 심플하게 뒷처리를 끝낼 수 있으니 정말이지 ㄸ중의 ㄸ요, 만천하 ㄸ들의 귀감이 될만한 ㄸ인것이다.  

나는 이 현상에 대단한 기쁨과 긍지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이 즐거움이 언제까지 갈것인가 생각하면  약간 불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똑 같은 내 몸에서 나오는 ㄸ들인데 왜 갑자기 모범을 떠는 것일까, 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일까  하는 회의에 빠질때가 있었다. 때문에 근래의 내 식생활을 비롯한 요모조모를 분석하며 내 몸에 생긴 이변에 대한 연구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를 분석해 보면 우선 식생활엔 큰 차이가 없었다. 나는 늘 삼시 세끼를 잘 먹는 편인데, 특히 조식을 많이 잘 먹으며 과일을 자주 먹는다는 점은 예나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요즘 내가 명상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적었다는 점이다. 스트레스만 적었던 게 아니라 집에서 홀로 쉬는 날이면 침대에서 디궁거리며 책을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독서삼매경에 빠지곤 하였는데, 이것이 나를 매우 행복하게 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 ㄸ들도 행복해진 것이란 말인가. 그네들도 심적(?) 갈등이 적어 그처럼 튼실하고 보기 좋은 모양새를 연출했던 것일까. 문득 내 ㄸ들에게 묻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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