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록>의 몽테뉴는 고독을 좋아했다. 그가 말한 고독은 '육체와 정신의 평정을 방해하는 정렬에서 도피하여 자기의 기질에 가장 걸맞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며 좋은 의미에서 '자기 자신을 위하여 사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몽테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에게로 돌아가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므로 사람들한테서 떨어져 본들 충분한 것이 안 된다. 또한 장소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우리들 자신의 안에 있는 모든 비속한 생활로부터 떨어져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곧 자기 자신을 격리하여 자기 자신을 되돌려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윗 글은 김병규의 수필 <고독>에 나오는 문장이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홀로 지내는 걸 즐겨한 것은 그것이 비단 나 자신을 위하여 살기 위함은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런 셈이 되고 만 것 같다. 고독과 외로움은 구별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인생을 살아가며이 두가지의 감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고독은 광야와도 같아서 절대고독을 의식할 때 인간은 비로소 초월적인 존재에로의 눈이 뜨여진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좁은 의미의 신앙인이 되게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비로소 자기에로의 눈뜸이라고 정의해도 무방할 것이다.
인간이 죽을 때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에 따라 다음 생이 결정된다고도 하는데, 죽기 직전의 상황이란 갑자기 특별하게 되어지는 게 아니라 한 인간이 평생 걸어온 궤적을 바탕으로 주어지는 순간일 것이기에 결국은 매 순간이 자신의 마지막 순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독을 아는 자의 외로움과 모르는 자의 외로움은 '외로움'이란 표피적인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현저한 차이를 드러낸다.
전자는 그 외로움을 반죽하여 또 다른 진보와 생산적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하나 후자는 그저 외로움의 늪 속에 침잠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