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9살 된 아들

tlsdkssk 2014. 11. 7. 07:25

어제 아침, 왠지 국수를 만들고 싶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아들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국수를 먹여보내고 싶었다.

다시마, 멸치, 말린표고를 넣어 국물을 우려내고,

고명으로 계란지단과 호박나물과 당근채 볶음과 김가루를 듬뿍 얹어 식탁위에 올렸더니,

아들은 국수 한 사발을 게눈 감추듯 먹고는 "엄마" 하며 나를 포옹한다. 그러면서,

"엄마, 오늘이 저희 결혼 9주년 된 날이에요. 감사드려요, 앞으로 잘 할게요." 한다.

나는 아들의 등을 두드려주며, 그렇구나, 오늘이 우리 아들 가장된지 9주년 된 날이구나....

낮에 귀가할 며늘을 위해서도 국수를 차려 놓고 메모 몇 줄을 적은 뒤 아들 집을 나섰다.

요즘 부모들은 자식들 결혼 시키고 나면 자식 부부가 잘살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도를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다행히 아들 며늘은 사네 못 사네 잡음내지 않고  무난하게 살아주고 있는 것 같다.

 

요즘 며칠 째 고열증상으로 시달리는 엘리 때문에 나는 거의 밤잠을 설쳤다.

그제밤엔 해열제를 먹여도 40도 가까운 열이 1도 밖엔 떨어지질 않아 밤새  애를 태웠다.

옷을 벗기고 물수건으로 체열을 식히려 하면 엘리는 내 몸을 발길로 사정없이 걷어차며 앙탈을 부렸다.  

해외 근무를 나간 며늘은 이런 엘리를 보며 출국했기에 멀리서 걱정이 태산 같을 것이다.

나는 틈틈이 엘리의 상태를 적어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며늘도 이제 아들의 아내가 된지 9주년이 되었다.

언젠가 해외 나간 며늘이 엘리와 보이스톡을 하는데, 엘리가 티비를 보다 받으려니 귀찮은지,

"엄마, 그만 해, 그만 해." 하니, 며늘은 서운한지 이렇게 대답했다.

"너 그러면 엄마 운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홀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더 살아보렴, 아직 멀었단다.

9살 된 너희가 모두 다 깨닫기엔 아직 길은 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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