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감자 한 상자를 보내주어, 나 혼자 그걸 언제 다 먹나 고민한 적이 있다.
감자가 여간 맛있는 게 아니어서 5층집 교우에게도 봉지가 터지도록 담아 주었다.
집에 혼자 있는 날이면 아침을 밥 대신 감자로 먹었다.
처음엔 쪄서 그냥 먹다가, 다음엔 조금씩 진화하여 까망베르 치즈를 얹어 먹었더니 따끈할 때 먹으면 환상적이다.
남은 감자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다시 치즈를 얹어 렌지에 돌려 먹는다.
밥을 먹을 때와 달리 잔반이 남을 리 없고, 손길 많이 가지 않아 조리하기 편하고, 국이나 찌게 류가 없기에
염분 과잉 섭취로부터도 자유롭다.
그러다 보니 감자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오, 나의 일용할 양식이여, 고구마처럼 잘 썩지도 않는 감자여,
식빵이나 라면처럼 이롭지못한 첨가물이 전혀 없는 순정한 친구여,
그렇게 먹어도 질리지 않고 속 불편하지 않은 웰빙 식품이여....
오늘은 좀 호화판으로 먹었다. 계절 야채인 가지와 양파를 볶아(그것도 몸에 좋은 올리브유와 들기름을 섞어), 거기에 햄을 곁들이고
양배추 김치(내가 베란다에서 키운 부추를 넣은) 추가하여 얌얌 먹었다. 그 후에 커피 한잔.
아참, 그 이전에 공복 상태일 때 이미 올리브유 한숟갈과 사과 한개 먹었다.
근래에 가장 잘 먹은 아침 식사가 아닌가 싶다.
이런 식으로 나는 즉석 간편 음식을 개발해야겠다.
감자를 찌는 사이 가지 한개 양파 반쪽을 소금에 살짝 절였다가 꼭 짜놓은 다음 살짝 볶으니 그 맛이 신선해서 좋았다.
음식이란 냉장고에 들어가면 맛의 순결을 잃는다고(김치는 빼놓고) 나는 생각하므로, 앞으론 밑반찬 같은 건 가급적
덜 만들고 이런식으로 조금씩 즉석으로 해먹으며 살란다.
날이 추워지면 감자와 양파를 넣고 감자 야채 스프 같은 걸 만들어 먹어야겠다.
버터나 치즈를 넣어 좀 느끼하게 해먹고 싶다. 마늘도 듬뿍 넣고 냉장고 안 채소를 동원하여 종합야채 스프를 해먹을란다.
거기에 식빵을 곁들여 스프를 빵에 찍어 먹을 것이다.
나이들어갈수록 서양식 음식이 좋아지니 별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