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소음이 주는 위로

tlsdkssk 2014. 8. 25. 08:56

나만 그런 줄 알았다.

집이 너무 고요한 것보다 주변에 약간의 소음이 있어 사람사는 느낌이 번져오는 게 더 안정감을 주고 좋다는 것이.

어제  5층에 사는 교우 K와 조카 k'가 다녀갔다.

교우는 공무원을 퇴직하고 90넘은 노모와 함께 사는데, 그녀는 수려한 외모에 탄탄한 직장이 있엇음에도

평생을 결혼 않고 혼자 살았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바람에 어머니에게 효도하느라 그리 된 모양인데,

이따금 나를 만나면 어머니 사후에 찾아들 외로움을 걱정하곤 했다.

얼마 전 그녀는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실 일이 있어 며칠을 혼자 집에서 지냈다고 한다. 

한데  밤이 되어 아무도 없는 빈집에 들어오니 그렇게 외로움이 밀려올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윗층을 바라보며 아이가 집안을 뛰어다니며 소음이라도 내주었으면, 위층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느라 물 내려가는 소리라도 들려왔으면 했다는 거다.

그녀가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아도 나는 그 심정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아들 집에서 내 집으로 건너가면 우서 반가운 것이 창밖의 수 많은 불빛들과 동부간선도를 질주하는 차들의 소음과 루비알을 늘어놓은 듯 새빨간 자동차 불빛들이다.

만약 우리 집이 절깐같이 고요했다면, 스산한 바람 부는 날의 밤 시간은 참으로 가슴 시리게 느껴졌을 것 같다.

한데 어제 오후 우리 집을 찾아온 조카 K'가 아들이 군대 갔을 때 며칠은 홀가분하고 조용해서 좋았는데, 얼마쯤 지나고 나니 외로움과 무섬증이 일어 힘들었다는 거였다. 애완견이 있긴 해도 아들의 빈자리가 주는 그 적적함과 혼자 남겨졌다는 두려움이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조용한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내가 소음을 그리워 하게 되리라곤 정말이지 몰랐다.

사람의 정서라는 것도 나이와 함께 변해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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