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한 사흘 째를 맞고 있다.
연 사흘 나도 그분과 함께 하며 나름의 피정을 하고 있는 중이다.
비록 TV를 보며 함께 하는 것이긴 해도 나 홀로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에
성서 읽기와 기도를 드리며 감동과 반성을 느끼는 가운데 새로운 결의를 다짐하기도 했다.
교황님은 팔순을 바라보는 고령이시기에, 다른 교우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오래 전 부터 교황님의 방한이
은혜로운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되기를 늘 기도해왔다. 묵주기도를 받치고 화살 기도를 올리면서...
오늘 새벽, 손길 닿는대로 펼쳐든 성서 구절은 에제키엘(에스겔)서 33장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려왔다.
이어 34장까지 읽어내렸다.
'주 야훼가 말한다. 망하리라, 양을 돌봐야 할 몸으로 제 몸만 돌보는 이스라엘의 목자들아......
약한 것은 잘 먹여 힘을 돋구워 주어야 하고 아픈 것은 고쳐주어야 하며 상처 입은 것은 싸매주어야 하고....
'삶을 발코니에서 관망하지 마라'
'사람들과 눈을 맞추어라'
어제 방송에서 울려오는 교황님의 말씀을 들으며 뜨끔했었다. 기도좀 하는 것으로, 불우이웃에게 매달 돈 몇 푼 보내주는 것으로
내 최소한의 본분을 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나는 내가 관심 두는 대상 이외엔 전혀 눈맞춤을 하지 않는다. 기도의 폭도 협소하였다. 자신의 최선을 끌어내려 하지 않고 최소한의 의무에만 급급했다.
'동정은 쾌락을 포함하고 우월함을 적게나마 맛보게 하는 감정'이라고 신랄하게 꼬집은 이는 니체였다.
동정의 수혜자는 동정을 받는 사람이기에 앞서 동정을 베푸는 자이고, 그는 선행을 했다는 자기만족에서 오는우월감에 젖을 수가 있는 것이다.
'오른 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하라'는 성경 말씀을 대할 때마다, 나는 그 의미를 이렇게 해석해보곤 하였다.
자기 손이 한 일을 자기가 모른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러니까 그 말씀은, 선행을 했을 때 우리는 자기 안에서 선행을 했다는 의식 자체를 무화시켜야 하는 것일 거라고.
'전쟁이 없는 것이 평화가 아니라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과, 사회 빈곤의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히 먹을 것을 빈자에게 나누어주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일터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확장시켜야 한다는 교황님의 말씀은 우리가 머물고 있는 '최소한'을 '최대한'으로 바꾸라는 일갈이었을 것이다.
'무한경쟁의 물질주의를 배격하라'는 교황님의 호소는 거대한 탁류처럼 흐르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당장 우리를 변화시키고 실천 가능하게 하는 건 아니지만, 낮은 자의 모습으로 임하는 가운데 우리를 향해 호소하시는 그분의 말씀은 분명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광화문 광장의 시복 미사에 이어 음성 꽃동네에서 보여주신 교황님의 모습은 가슴이 뜨거워질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장애인으로 태어난 죄(?)로 부모로부터까지 버림을 받아야 했던 그들은 세상의 가장 비천한 약자들이 아닐까 싶었다.
입으론 사랑을 외치면서도 물질 숭배로 영혼이 창백해진 오늘날의 세속 교회와 모든 종교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아름다운 행보가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한편으론 교황의 꽃동네 방문에 반대하는 의견들도 트위터에 올라와 있다.
<시설생활인들도 지역사회에 섞여 살고 싶다. 마트도 가고 마실도 다니고 싶다. 시설생활인의 지역사회 복귀는 시대의 요구이다. 가톨릭교회와 가톨릭시설이 탈시설 지원과 여론 형성에 앞장서기 바란다. 서구의 경험이 큰 참고가 될 것이다>
<교황의 장애인대규모수용시설 꽃동네 방문은 장애인수용시설의 존재를 정당화하고 시설에서 나오고자 하는 장애인에게 피눈물나게 하는 일입니다. 서명해주세요! >
이 의견들 역시 생각할 여지를 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들을 받아들이고 수용해낼 만큼 성숙해 있는가?
실상 장애인들의 모습은 사랑이 없는 시선으로 보기엔 거북하고 혐오스럽게 보일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아까 티브이로 보니 꽃동네 장애인들 중엔 이마가 절반은 함몰된 듯한 괴물 같은 분도 있었는데, 그런 이들이 마트에 가면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하지만 또 다른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제안임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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