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양평의 밤은 무섭더라

tlsdkssk 2014. 7. 11. 07:46

나는 밤 외출을 싫어한다.

우리 동네라면 모를까 외지로 나가는 건 질색이다.

밤만 되면 나의 길치 근성이 더욱 두드러져 빤한 곳에서도 번번이 방향 감각을 잃는데다가,

꿈인지 생신지를 구별 못하는 심각한 증세를 드러내는 바람에 나는 그저 공포스러워지는 것이다.

어제 경기도 양평에 갔던 건 밤 시간이 아니었으나, 양평국밥을 저녁으로 먹는 통에

시간이 지체되었다.

양평 전철역 근방에서 어떤 어르신에게 국밥 맛있게 하는 집을 알려달라했더니

대각선 방향에 있는 소머리국밥집을 가리킨다.

친구는 소머리국밥을 시키고 나는 해장국을 시켰는데, 둘다 정말로 맛있었다.

날도 덥고 날이 어두워 양평 들러보기는 제대로 못했으나,

공기 맑은 전원도시 양평의 첫 인상은 어째 으스스하게 다가왔다.

다른 데는 모르겠으나 역전 부근만은 군인들이 많이 보이고, 인상 고약한 남자들로 깔려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모텔은 왜 그리 많단 말인가.

친구와 내가 국밥을 먹은 집도 이층은 모텔이었다.

그 앞도 모텔이고 그 부근에도 모텔, 또 모텔.

양평의 밤이, 단지 무서븐 남자들과 모텔로만 남은 것은 양평에 대한 결례일까.  

 

<국밥을 먹고 집으로 가는 길에>

.

 

 

그리고 모텔은 왜 그리 많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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