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가 내렸다. 봄비가 내렸다.
간간히 안면을 방해하는 빗소리였지만 짜증스럽지 않았다.
침대 안의 내게도 봄비가 내리는 것 같았으니까.
이상하게도 빗소리는 소음이면서 소음과 분류된다.
사람의 마음까지 적셔주는 덕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요즘은 웃다가도 울고, 자다가도 한숨을 내쉬게 된다.
결코 아물지도 씻어낼 수도 없는 영원히 지속될 슬픔들.
그 슬픔을 야기시킨 원인에 대한 분노 또한 떨칠 길이 없다.
희생자와 그 가족들은 내가 아니되 나였기에 무얼 해도 가슴 한구석에 얹힌 무거움이
사라지질 않는다.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 찢어지는 듯 하여 나는 애써 그 감정들을 방치하려
무심하고자 했다.
그래도 눈물은 흐르고 가슴이 미어지고 생각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곤 한다.
박명의 창밖을 내다보니 천지가 회색으로 젖어 있다.
달리는 찻소리에서도 질척거리는 물의 촉감이 들려온다.
중랑천 냇물은 폭을 늘려 흐르고, 도로조차 물기 머금어 생기가 도는 듯 하다.
하지만 이 봄비 소리에도 비처럼 눈물 흘릴 사람들이 같은 하늘 아래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내 마음 한자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에서 만난 친구들 (0) | 2014.04.28 |
---|---|
귀신 붙은 원고 (0) | 2014.04.27 |
해피해피 핑크 로즈가 있는 풍경 (0) | 2014.04.24 |
미완의 완 (0) | 2014.04.19 |
사람이 온다는 일 (0) | 2014.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