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누군가 나를 위하여

tlsdkssk 2013. 8. 21. 11:45

수호천사에 대한 얘기를 들은 건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이라고 기억된다.

명동 성당 주일학교에 다닐 때 수녀님이 말씀하셨다.

우리 오른 쪽엔 수호천사가 따라다니고 왼 쪽엔 마귀가 따라다닌다고.

수호천사는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가 착한 일을 하도록 이끌지만,

마귀는 우리를 나쁜 마음으로 이끌고 우리를 망치려고 한다고.

나는 그 말을 의심없이 믿었다.

어쩌면 그렇게 꼭 들어맞을 수 있을까. 하루에도 수없이 오락가락하는 내 마음을 보면

내 언저리에 천사와 마귀가 공존하는 게 분명했다.

엄마의 심부름을 하기 싫을 때, 추운 날 성당 가기 싫을 때 마다 이건 마귀가 나를 꼬이는 거라고 여기며

내 수호천사의 도움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곤 했다.

 

신의 존재 여부를 묻는 것처럼 수호천사의 존재 여부를 놓고 정답을 낸다는 건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신을 믿는 것처럼 나의 수호천사를 믿기로 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천사는, 말하자면 하느님께서 나를 향해 보내주시는 개별적인 관심이다.

이렇게 천사를 통해 나와 하느님이 개인적으로 연결되고,

따라서 천사는 하느님이 나를 무척이나 걱정하고 계신다는 직접적인 표현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마르틴 루터는,

"어떤 사람을 위하여 기도한다는 것은 천사를 그에게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고 하였고.

 

그러고 보면 나는 수없이 많은 천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나 또한 누군가의 천사가 되어주기도 하였다.

누군가는 나를 위하여 기도하고, 나는 누군가를 위하여 기도한다면 세상은 보다 많은 천사들이 살아가는

낙원이 될 것이다.

 

간밤에 메께비 신부님의 꿈을 꾸었다.

한 시절 나는 어려운 일이 있을 적마다 그 신부님께 기도를 청하곤 하였는데,

'내가 안나를 위해 기도한다.'는 한 말씀만 들려오면 진통제를 맞은듯 내 삶의 고달픔이 사라지는 걸

경험했다.

이제껏  나를 위해 기도해주던,  이 세상의 천사들이 하늘의 부르심을 받아 자꾸만 세상을 등지려 한다.

내 편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천사의 도움만 바랄 게 아니라, 나도 누군가의 천사가 되어주자고.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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