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O의 전화는 주로 자기의 힘든 일상을 털어놓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기적이며 성미 고약한 남편이 자기를 얼마나 가당찮게 괴롭히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는가로 시작된다.
나는 그녀의 전화가 오면 일단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해야한다.
그녀의 전화는 대체로 길고, 내용은 어둡고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때문이다.
여고 동창인데다 마음 후덕하고 심성이 맑은 친구임을 알기에 나는 그 친구의 전화를 귀찮아하며 피할 수도 없다.
그 친구는 극한 상황 같은 스토리를 놀라울정도로 담담하게 남의 이야기 펼치듯 늘어 놓는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추임새를 넣는 내 말투는 점점 거세지고 머리는 터질 듯한 분노로 뜨거워 진다.
내 결론은 언제나 같다.
'내 집을 내어줄 테니 일단 일주일 정도 집을 나와봐라.
네가 없어봐야 네 남편이 네 존재의 값어치를 알게 될 것이다. 네가 일방적으로 참는 것은
결코 너에게나 네 남편에게나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공기가 없어져봐야 공기의 고마움을 알듯, 네 남편이 너의 존재를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일단 공백기를 가져봐라. 이제 우리 나이는 젖먹이 애가 달려 있거나 수험생 자녀가 있는
입장도 아니지 않는냐?'
그래도 그 친구는 반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자기 울 안에 갇혀 산다.
그녀는 아직도 고전적인 부덕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일까.
오늘 아침 고도원 아침 편지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실려 있었다.
나로선 글쎄.... 글쎄다.
친구와 힐러 친구의 슬픔에 자신도 슬퍼하면서 대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는 마치 감옥에 갇힌 사람을 돕기 위해 자신도 감옥에 갇히는 일과 같으며, 감기에 걸린 사람을 돕기 위해 일부러 자신도 감기에 걸리겠다는 것과도 같은 행위이다. - 윌리엄 B.어빈의《직언》중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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