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무더위를 견디는 일

tlsdkssk 2013. 8. 12. 07:50

요즘 연일 33도를 넘는 폭염속에서도 밤잠은 그런대로 설치지 않고 잤다.

밤이면 다행이 미풍이 불어와 자장가를 불러주는 듯 했기 때문이다. 

한데 어제는 그야말로 열대야의 무더위 때문에 새벽 일찍 잠을 깨었다.

묵주기도를 드리려는데, 너무 더워 기도가 되지 않았다.

촛불을 밝히니 그 촛불의 열기가 가세하며 졸지에 나를 숨막히게 하여 촛불도 꺼버렸다.

선풍기를 틀어도 기분이 나아지질 않았다.

할 수 없이 에어컨을 틀었다.

오늘의 지향은 '고통의 신비'로  예수님의 십자가상 고난을 묵상하며 드리는 것이기에,

가급적이면 더위도 참아보려 했지만 새벽의 후텁지근한 열기엔 두손 두발 다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문득 쪽방촌 노인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이 더위를 어떻게 넘기고 있을 것인가.

예전에 병원 일을 할 시절 쪽방촌에 가 본 적이 있었다. 자매가 살고 있는 봉천동 달동네의 쪽방촌이었다.

방문을 열면 바로 앞 집이 보여 문조차 마음대로 열 수 없는 환경이었다.    

나는 내리 그분들께 미안했다. 

요즘 같은 더위는 아무 일이 없어도 그네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한데 노인들은 환자아닌 환자들이 많게 마련이니 얼마나 이 더위를 감내하기가 힘들 것인가.

혼자 있을 땐 에어컨을 가급적 틀지 않고 버티려 한다.

그것은 요즘의 전력난을 염려하는 마음과 더불어 전기료를 아끼려는 것도 있을 것이지만,

더위로 고통받는 쪽방촌의 어르신들을 생각하며 참아보려 하는 것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스스로 도를 닦는다며 웃는다.

오늘이 말복이니 더위도 물러갈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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