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트레이드 마크

tlsdkssk 2012. 2. 14. 14:23

한달 만에 찾아간 피부과 간호사가 내게 이런 말을 해왔다.

"머리, 멋지세요. 참 잘 어울리시고 이뻐요. 아무나 어울리지는 않죠."

머리? 그건 헤어를 말하는 게 아니라 내 머리를 덮고 있는 두건을 말하는 것이었으리라.

어떤 이는 모자라 부르는 이도 있지만 그건 연출의 효과일 뿐 정확히는 머플러를 모자처럼 둘러 쓴 것이다.

지난 토요일 문우 J선생 댁 결혼식에 갔을 때, J선생의 부군이 나를 알아보았다.

얼마 전 문우와 함께 함안의 J 선생댁에 갔을 때 잠깐 보았을 뿐인데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도 내 머리에 씌어진 머플러 덕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건 나만이 하고 다니니, 사람들은 내 얼굴은 기억하지 못해도 내 머리에 씌어있던

푸른빛과 검정 빛이 어우러진 모자(?)는 기억할지 모른다.

언겐가부터 였을까, 나는 맨 머리로 나다닌 적이 거의 없다.

머리엔 어떤 종류든지 얹어 있어 사계절 내내 내 본래 머리를 가려주었다.

나이로 인해 생겨난 흰머리칼이며, 더욱 주체하기 힘들어진 내 곱슬머리를

간편히 해결하기 위함인데, 다행히도 반응이 좋다. 두건의 효과를 톡톡히 본다고나 할까.

쓰고 다니는 머플러는 3년 전에 산 것이다. 주로 그것만 애용하다보니

그 머플러는 내 트레이드 마크처럼 돼버렸다,

이젠 많이 낡아 불안감 마저 느껴진다.

지니고 있는 머플러가 많아도 그 것만큼 머리에 착 안기는 머플러는 없었다.

배네통 제품으로 바이어스로 재단 되어 살 때 꽤 비싼 값을 치뤘지만 본전은 톡톡히 뽑은 셈.

한데 그와 비슷한 물건이 보이질 않는다. 

그와 비슷한 질감의 천을 살수 있다면 몇 가지 색으로 만들어 불안감 없이 쓰고 다니고 싶다.

아마 나는 죽을 때 까지 두건을 벗지 않고 살아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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