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락산을 오르는데 눈발이 흩날렸다.
눈에도 성질이 있어 어떤 건 질고 어떤 건 건조하며,
어떤 건 입자가 크고 어떤 건 입자가 고와 떡가루 같기도 하다.
어제 내린 눈은 솜털 같기도 하고 새의 깃털같기도 했다.
입 벌려 혀에 받으면 사르르 소리라도 들릴 것만 같았다.
수분을 알맞게 함유하고 있어 건조하지도 질척이지도 않았다.
이런 눈으론 눈사람도 만들 수 있으니 어떤 의미에서 최량의 눈일지 모른다.
눈은 내리는대로 쌓였고, 바람이 불지 않아 걷기에 좋았다.
나무들은 하얀 스프레이라도 한 듯 이내 하얀 옷으로 갈아 입었고,
숲들은 수천 수만 수억의 하얀 점들로 안개라도 낀 것 같았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흙을 보듬은 눈덩이가 신발에 들러붙었다.
천상병 길로 해서 조금만 걸었다.
행복했던 눈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