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순천 여행을 갔을 때 대녀 O는 유명한 욕쟁이 할머니 식당이 있는데
거기 한번 가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니는 세상에 먹을 게 없어 하필 욕을 먹으러 가느냐고했다.
욕이 구수하다느니 재밌다느니 하는 이유로 재미 삼아 그런 식당을 찾는 손님도 있는 모양인데,
나는 전혀 흥미나 호기심이 일지 않았다.
이따금 욕을 아주 예술적으로 재치있게 하는 사람도 보긴 했지만, 욕은 욕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딱 한번 아주 마음에 드는 욕의 현장을 지켜본 적이 있기는 하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동네 공중목욕탕집 할머니는 물을 함부로 쓰는 여인들을 보면 문을 열고 악을 써댔다.
"저년, 이담에 뒈지면 지가 함부로 퍼질러 쓴 물 다 쳐먹게 될거다."
그러면 물을 함부로 퍼질러 써대던 여인은 움찔하여 샤워꼭지를 잠그곤 했는데,
나는 그 할머니가 얼마나 위대해 보였는지 모른다. 단 한마디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그 기개라니...
요즘에도 그런 파렴치한 것들이 왕왕있어 대중탕에 가면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만약 오늘 날에도 그런 할머니가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해보지만
요즘 것들은 절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그 할머니에게 욕설 들은 것만 분해 게거품 물고 물고 늘어지려 할 것같다.
어제 친정엄마에게 갔다가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기막힌 욕 얘기를 전해듣고 뒤집어지게 웃었다.
할머니는 딸들이 잘못하면 욕을 잘 하셨는데, 특히 둘째 이모에겐 이런 욕을 잘 하셨다는 것이다.
"저년, 저년 잡아먹고 싶어도 간장이 아까워서 못잡아 먹을 년...."
열 한 두살 쯤 난 작은 이모는 할머니의 그런 욕설이 어찌나 한이 되었나, 하루는 꿀종지만한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이런 말을 했다는 거였다.
"내가 작은 할먼네 가서 간장 얻어와 울 엄니 보고 나 잡아먹으라고 할거야."
깔끔하고 인정도 많은 할머니에게 이런 무시무시한 구석이 있었다니 나는 도무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무엇이 우리 할머니로 하여금 그런 무지막지한 욕을 하게 만들었을까.
당신이 뱉은 말이 무슨 뜻인지나 알고 하셨을까.
우리 큰 어머님은 대단한 미인이셨다. 큰아버님이 국민학교 교장 선생님이셨으니 사모님 소리 깨나 들으며
사셨을 텐데, 사촌 언니들에겐 이런 욕을 하셨다고 한다.
"인왕산 호랑이는 다 눈깔이 멀었나, 저 년 안 잡아먹고 뭘하는 거야?"
여자로서 살아가야하는 한 때문에 같은 여성인 딸들에게 그런 저주스런 욕을 퍼부어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