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다시 뛰자

tlsdkssk 2012. 1. 28. 07:08

문우 Y는 거의 매일 글 한 편씩 이멜로 보내온다.

작년에 명퇴를 하고 나서는 뜸도 안들이고 미친듯 글만 쓰고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글을 써대지 않으면 무슨 변이라도 날 것처럼 써대고 써댄다.

한 때는 그의 글에 주눅이 들기도 하고  흠뻑 빠져든 적도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그의 글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아무려나 그가 남다른 수필가라는 건 자타가 공인하는 것이니 그의 문재(文才)야

인정하고 남음이 있는 바이지만, 그의 수필 폭탄을  나는 거의 읽지 않고,

일방적으로 보내오는 것이 그쪽의 자유이듯 읽지 않는 건 이 쪽의 자유라는 말로

열심히 읽어주지 못하는 나의 무성의를 얼버무리곤 했다.

내가 하도 읽어주질 않으니 그는 때론 시선을 끄는 제목으로 이멜을 보내온다.

역시나 제목이란 중요해서 그럴 땐 나도 마지못해 이멜을 열어보곤 몇 자 답신을 보내준다.

예전엔 한참 연하인 그에게 '모짜르트'라는 애칭을 붙여주고 사부처럼 대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내가 사뭇 시건방진 모습을 보인다.

잘 읽진 않으면서도 ,누구는 매일 하나씩 써서 문장으로 된 폭탄 투하를 하는데 나는 뭘하고 있었나 싶어

오늘 아침에 수필 창고를 열어보니 지난 해에 쓴 글이 고작 8편이었다.

작년 새해 벽두에 나는 최소한 한달에 한 작품은 쓰겠다고 다짐하고 그 날로 글 한편을 쓴 일이 있었는데

결국 4/3 타작만 한 것이다.

글이란 엉덩이로 쓴다고 한다.

한데 나는 엉덩이가 가벼워 틈만 나면 산으로 달려가느라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시간이 부족했다.

나이 먹었다고 입도 가벼워져 글에다 풀어 낼 것을 입으로 다 쏟아 가슴에 더 이상 아무 것도 남겨두지 않기도 했다.

너에게 명한다.

다시 뛰거라.

최소한 한달에 한 편은 어떤 일이 있어도 써내거라.

Y를 보며 억지로라도 이를 부득부득 갈아라.

지금 부터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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