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와 함께 한지 벌써 9개월이나 되었다.
엘리가 유치원에서 받아온 두 마리의 달팽이가 이렇게 오래 살 줄은 미처 몰랐다.
내가 관심을 기울여 돌봐준 덕이긴 하지만 달팽이는 잘 자라 제법 큰 달팽이가 되었다.
달팽이는 야행성인지 낮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잠만 자는 듯 하다.
그러나 달팽이를 꺼내 샤워를 시켜주고 흙(달팽이 매트)을 갈아주고 나면 기린처럼 목을 빼어 환호성을 지른다.
물론 달팽이가 소리를 낼 턱이 없지만 그래도 나는 달팽의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달팽이처럼 청결을 좋아하는 동물이 또 있을까 .
집을 청소해주고 새 먹이를 주고나면 달팽이는 기분이 좋아 어쩔 줄을 모르며 움직임이 훨씬 커진다.
한 낮에도 제 집 둘레를 구물구물 기어다니며 청결함이 주는 즐거움을 한껏 만끽한다.
달팽이는 소리를 내지 않음으로서 더 많은 소리를 내는 것 같다.
소리가 과잉한 여느 동물과 달리 달팽이는 묵언의 수도를 하는 것일까.
나는 곧잘 달팽이의 언어를 알아 듣기 위해 청각의 촉수를 길게 빼어 그들의 언어를 더듬는다.
달팽이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이 느리고 느리게 사는 방법을 내게 보여줌으로서
성미 급한 나를 제어시키기도 한다.
지난 여름 아들네가 해외로 나갔을 때 나는 몸이 불편함에도 오직 그 달팽이를 보살펴주기 위해
일부러 아들네를 찾은 적이 있었다.
그 달팽이들이 얼마나 더 살지는 모르겠지만 달팽이가 죽고 나면 퍽이나 서운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