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일주만에 내가 나로 돌아오는 곳으로 돌아왔다.
제주 여행 뒤 곧장 아들네로 갔기에 우리 집은 오랜만이다.
마른 화분에 물을 주며 화초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주인 없는 냉방 완비의 집을 잘 지켜준 나의 아파트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고마워 집아, 영하 10도가 넘는 그 추위에 수도도 괜찮고 실내 바닥도 괜찮네.
아들 집에선 나는 철저한 엄마 모드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손녀가 생긴 후론 할머니 모드도 겸한다.
주말, 모처럼 쉬는 아들 며늘을 위해 여러가지 반찬을 만들고 간식을 만들어 놓고 왔다.
먼 길에서 돌아오 며늘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게 모든 걸 다 해 놓고 왔다.
아들넘은 날 더러 아무 것도 하지 말라 궁시렁대면서도 내가 해 놓은 간식은 엄청 잘 먹어댄다.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지만, 이넘아 이 엄마 손이 안 닿으면 너희들 사는 꼴은 말이 아닐 것이다.
죽도록 엄마 노릇을 하고 내 집으로 돌아오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철저한 나로 돌아와 나만의 자유를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