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는 동물이라기보다 식물성에 가깝다.
움직이는 꽃이다.
소리도 내지 않고 꽃잎처럼 나풀거리는 나비.
나비가 집안에 가득한 공상을 이따금 즐기곤 했다.
나비 표본을 볼 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홀려들곤 했지만, 차마 손에 쥘 수는 없었다.
죽어 박제가 된 나비를 보는 것은 마음 아플 것 같았다.
내겐 단 한마리의 나비 표본이 있을 뿐이다.
언제 어디서 샀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그게 무슨 나비인지 알 수도 없지만
노란 큰 날개와 하얀 작은 날개를 가진 그 나비는 작은 액자에 갇혀 늘 내 곁에 머물고 있다.
어제 문구점에 갔다가 나비 스티커를 사서 작은 방 창문에 붙여 놓았다.
비록 생명이 없는 모조 나비들이지만, 그래도 나비가 아니고 무엇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