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만난 안 선생이 전화를 했다.
언제 한번 우리 집에 와보고 싶단다.
그녀는 귀족, 나는 서민.
하지만 뭐 어떠랴 싶어 내가 쉬는 날 시간을 가져보자고 했다.
이 몸도 공사다망하신 관계로 아마도12월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곁들이며.
그러자 그녀는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와보고 싶단다.
어제 내가 '나는 생활비 아끼느라 겨울에도 난방을 거의 안하고 지낸다'했더니만
자기는 추위를 많이 타기에 추울까봐 그런다는 것이다.
그만 쿡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제, 난방 안 한다는 말에 그녀가 그 큰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며,
"그럼 추워서 어떡해요?"
하기에 내복과 덧옷을 충실히 입고
고양이처럼 햇빛을 받고 있으면 된다고 했더니
그녀는 내가 난방을 일절 안하고 사는 줄 알았나보다.
내가 웃으며, 우리는 겨울에 난방을 안해도 기본이 16도 정도는
유지되고, 손님이 오거나 음습한 날은 난방을 한다고 했더니
비로소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사람이 친해지는 건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하는 수순도 있지만
서로의 집을 방문하면 더욱 쉽게 가까워진다 .
여자에게 있어 자기 집을 보여 준다는 건 알몸을 보여주는 것과
일맥상통 하는 바가 있는 때문이다.
안 선생 초대 핑계대고 대청소 한 번 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