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함을 열어보니 대녀 L의 편지가 와 있다.
12월3일 예술의 전당 셜리발렌타인 공연을 함께 보자는 내용이었다.
이번에도 손숙의 셜리발렌타인이란다.
그 연극을 두번이나 보았다. 배우도 같은 손숙이었다.
이번에 보면 세번째인데 그래도 마음이 설렌다.
아마 나는 또 그 대목에서 눈시울을 적실 것이다.
충분히 살지 않은 인생을 범죄로 규정하는 셜리의 독백은
황혼을 살고 있는 내게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게 분명하다.
나는 내 인생을 충분히 살았는가?
첫번째 공연보다 이듬해의 두번째 공연애서 나는 더 많은 눈물을 흘렸는데,
배우 손숙 역시도 이듬해의 공연에서 더 많은 눈물을 흘리며 셜리를 온 몸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L에게 감사한다.
대녀라고 변변히 해준 것도 없는데, 그녀는 늘 나의 문화적 갈증을 채워주는 천사 노릇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