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천둥을 어디에 버릴까

tlsdkssk 2011. 10. 16. 20:37

어제는 천둥치며 비가 내렸다.

엘리는 거실에서 놀고 있다  내 품으로 달려들며 공포에 젖는다.

나는 누누히 설명을 한다.

천둥은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고,

천둥은 하늘에만 매달려 있디고,

구름이 뚱뚱해져 서로 부딪치는 소리라고.

그러자 엘리는 흥얼흥얼 자작 노래를 한다.

천둥은 하늘에만 있다고, 집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나도 보조를 맞춰 후렴을 덧붙인다.

천둥아, 천둥아 내가 너를 무서워할 줄 아냐?

하지만 그래도 엘리는 천둥이 무서운지

"함머니, 저 천둥 좀 버려주세요."한다.

천둥을 버리라고?

아이들이란 이렇게 기발하다 .

"어디에 버릴까 ?" 하자, 쓰레기통(아파트 단지내 있는 음식물 쓰레기통을 말함)에

버리라고 한다.

그럼 쓰레기 버릴 때마다 통이 소리를 내면 어떡하냐 물으니.

그럼 책 속에 넣고 덮어버리란다.

그럼 책 읽으려 할 때마다 소리를 지를 텐데? 

엘리의 천둥버리기가 어디까지 갈까 궁굼했는데,

이내 천둥이 잦아들기 시작했고, 그 다음엔 요것이 모래놀이하러 놀이터엘 나가겠다 조르는 바람에

어린 것 붙잡고 오늘은 왜 모래놀이를 할 수 없는가 하는 것을 설명하느라 진을 빼었다.

할머니는 허리가 아프고, 너는 감기가 걸렸고, 모래가 젖어 있어 놀이도 하기 힘들뿐더러 추워 안된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앙앙거리며 모래놀이 하러 놀이터엘 가고 싶다고 발버둥을 친다.

해 뜨고 맑은 날 꼭 가자 했더니, 가성까지 동원한 울음 섞인 목소리로

"참을 수가 없어. 참을 수가 없단 말야." 하며 대성통곡.

달래고 야단치고 숨고 안아주고 별 짓을 다 하다가 화제를 그림으로 돌렸다.

할머니 그림 좀 그려달라고 주문을 했더니 금세 얼굴이 환해지며  그림 도구를 거실에 늘어 놓기 시작한다.

크레파스, 그림 물감, 붓, 색연필, 스케치북.....

나는 한가지로만 그리지 말고 모든 걸 다 동원해 그림을 그리라고 코치를 한다.

할머니는 꽃을 좋아하니 꽃을 더 많이 그리라고, 나비도 그려달라고 추가 주문을 한다.

자꾸 말을 걸며 아이로 하여금 그림속으로만 빠져들게 만든다.

이렇게 하여 엘리의 천둥소리는 멈추고 말았다.

엘리의 천둥 소리를 스케치북에 버렸다고나 할까.

아니지 엘리의 천둥 소리를 스케치북이 먹어버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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