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자락

혼자라는 건

tlsdkssk 2011. 10. 9. 07:50

혼자라는 건

번거롭게 상 차리지 않고도

끼니를 잘 먹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국, 밥에 여러 반찬 차리지 않아도

빈 속에 사과 한 개  작살내고

커피 물을 올린 다음

튼실하고 두툼한 베이글 하나 우물우물 씹으며

냉장고 뒤져 호두와 아몬드 몇 개 꺼내 반찬 삼아 먹는 것이다.

소파에 앉아 두 다리 쭉 펴고 티브이를 보며 간단한 식사를 즐기지만

머릿속으론 탄수화물, 지방 , 단백질,비타민, 무기질... 중에

무엇이 빠졌는지 점검하면서 혼자라고 허술히 먹으면 아니 된다고

뒤늦게 계란 후라이 하나 더 얹기도 하는 것이다.(없으면 말고,)

그런 다음 한국 사람이 김치를 안 먹으면 쓰겠냐며 젓가락 들고 냉장고 문 열어

김치통 꺼낸 다음 달랑 김치 한 젓깔로 입가심을 하는 것이다.

행여라도 엊저녁에 먹다 남은 국이라도 남아 있으면

맨 나중 후식으로 국을 조금 마신다.

식사를 미치고나면 다음 끼니는 착실히 먹겠다고 불린쌀을 밥솥에 올린 다음

아침을 안 먹어(?) 궁금해진 속울 채워줄 먹거리는 뭐 없을까 하고

냉동실을 뒤지다가 언젠가 먹다 남은 떡조가리나 탕수육 튀김을 발견하곤

횡재의 탄성을 지르며 남은 배를 채우는 것이다.

 

혼자라는 건 식재료를 못견디게 들볶지 않고 생긴 그대로

먹는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싱싱한 오이를 소금에 절이는 잔인한 짓은 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생긴 그대로 한 입 베어 먹는다

미역이나 다시마도 몇 개 꺼내 찝찔한 맛을 즐기며 먹는다

가지는 살짝 쪄서 양념없이 그냥 먹는다 

조리하는 과정을 생략하면 오히려 태생 그대로의 순수한 맛을 만난다.

하여, 혼자라는 건 요리의 퍄격을 의미하는 동시

먹는 것으로부터의 쟈유가 보장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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